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들이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1일 경제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추석을 전후해 영국 등 유럽을 방문할 예정이다. 5일 차기 영국 총리로 취임하는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2030년 엑스포를 부산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지지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부산 엑스포 유치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은 추석 연휴 후 일본 도쿄와 오사카를 찾는다. 도쿄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지지를 부탁할 예정이다. 1970년에 이어 2025년 두 번째로 엑스포를 여는 오사카 방문도 부산 엑스포 개최를 위한 포석이다. 정부는 각국 총리를 면담하는 이 부회장과 최 회장 등에게 ‘특사’ 자격을 줄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이달 중 유럽과 미국을 방문해 주요 정부 관계자들에게 부산이 왜 엑스포 개최지에 적합한지 설명할 계획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폴란드 등지를 방문할 예정이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일본 베트남 등에서 엑스포 유치 지원에 나선다.

한 총리는 지난달 26일 엑스포 개최를 결정하는 국제박람회기구(BIE)에 제출할 유치 계획서를 확정하는 회의를 연 뒤 페이스북에 “역대 최대 드림팀을 꾸렸다”며 “삼성·SK·현대차·LG·롯데·CJ 등 재계 대표들이 이미 지구촌 곳곳을 누비고 있다”고 적었다.

2030년 개최지는 내년 11월 투표로 정해진다. 나라별로 한 표씩만 행사하기 때문에 ‘외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삼성그룹은 네팔 레소토 등 31개국, SK는 몰타 아르메니아 등 24개국, 현대차는 바하마 페루 칠레 등 20개국, LG는 소말리아 르완다 케냐 등 10개국, 포스코는 7개국 등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경쟁 도시인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지휘 아래 착착 표를 얻고 있어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당장 전세를 뒤집을 전환점이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래도 국가 차원의 유치전이 이어지는데 마지막까지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월드컵 4강을 하게 될지, 평창동계올림픽(2018년) 개최지가 될지 누가 알았겠느냐”며 “국가가 어려울 때 기업이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험대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상은/정지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