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내부통제 작동 안해
적발 못한 '금감원 책임론'도 제기
당국, 법률검토 후 제재수위 결정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에서 터진 거액의 횡령 사고에 대한 검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우리은행 직원이 빼돌린 돈은 당초 알려진 614억원보다 약 83억원 많은 697억3000만원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가 직원 개인의 일탈로 벌어졌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은 물론 사건과 관계된 임직원에 대한 엄중한 제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횡령 사고의 전말은
금감원은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 A씨가 2016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여덟 차례에 걸쳐 697억3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은 지난 4월 28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2개월 이상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를 벌였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A씨는 2012년 6월 우리은행이 보유했던 B사의 출자전환 주식 42만9493주(당시 시가 23억5000만원)를 팀장이 공석일 때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를 도용해 무단 결재한 뒤 인출했다.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는 우리은행이 관리 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614억5000만원을 직인을 도용해 출금하거나 공·사문서를 위조해 세 차례에 걸쳐 횡령했다. 2014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는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 매각 계약금 등 59억3000만원을 출금 요청 허위 공문을 발송해 4회에 걸쳐 빼돌렸다.
횡령액의 3분의 2가량은 A씨 동생의 증권 계좌로 흘러 들어가 주식과 선물옵션 투자에 쓰인 것으로 추정됐다. 나머지는 친인척 사업 자금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내부통제 허점
이번 검사에서 우리은행 내부통제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은행은 A씨가 기업개선부에서 10년 이상 같은 기업을 담당하도록 했다. 그러면서도 A씨를 명령 휴가 대상에 단 한 차례도 포함하지 않았다.
A씨가 외부기관에 파견간다고 허위 보고하고, 2019년 10월부터 13개월간 무단결근을 했는데도 우리은행은 최근까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A씨는 이 기간 9000만원을 빼돌리고, 주식 부동산 등에 투자하며 사실상 개인사업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장과 직인 관리자가 분리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A씨가 정식 결재 없이 직인을 도용해 횡령할 수 있었던 이유다. 여덟 차례 횡령 중 네 차례는 A씨가 결재받았으나 모두 수기 결재 문서여서 진위를 확인할 수 없었다.
우리은행은 A씨가 만든 가짜 출금 전표와 대외 발송 공문의 내용이 결재 문서 내용과 다른데도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출자전환 주식의 출고 신청자와 결재 OTP 관리자도 분리하지 않았다. A씨는 이를 동시에 담당했기 때문에 무단 인출할 수 있었다.
금감원 책임론도 불거져
금감원은 법률 검토를 거쳐 A씨와 관련 임직원 등에게 내릴 조치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이번 사고의 관련자는 팀장, 부서장이 될 수 있고 임원, 행장, 지주 회장까지 갈 수도 있다”며 “법적 검토가 끝나야 관련자 범위를 확정할 수 있다”고 했다.
감독기관인 금감원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 부원장은 “우리은행에 여러 차례 검사를 나갔지만 횡령 사고를 적발하지 못해 아쉽다”며 “금감원의 검사는 건전성 등 전반적인 것을 보기 때문에 개별 건에 대한 적발은 검사로는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내부통제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경영실태 평가 때 사고 예방 내부통제에 대한 평가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집 없는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전·월세 보증금을 빌릴 수 있는 ‘청년 맞춤형 전세대출’ 이용자 10명 중 6명이 카카오뱅크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보증으로 이자 부담을 낮춘 이 상품은 5대 은행을 포함해 14개 금융회사가 판매하고 있다. 전체 가계대출 규모가 5대 은행의 4%에도 못 미치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청년 전세대출에선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것이다.2일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청년 맞춤형 전세대출 취급액은 3조968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취급액(5조8638억원)의 70%가량이 이미 공급됐다. 올 들어 금리가 치솟으며 가계대출 수요가 쪼그라드는 와중에도 실수요가 대부분인 전세대출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청년 맞춤형 전세대출은 금융사가 주택금융공사 보증서를 담보로 보증금의 90%까지 최대 1억원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청년(만 19~34세)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보증금도 수도권 7억원, 지방 5억원 이하면 이용 가능하다. 청년 전세자금을 지원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청년 전용 버팀목 전세대출’ ‘중소기업 취업청년 전월세대출’보다 금리는 높지만 소득·보증금 요건이 넉넉해 전셋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인기가 많다. 이 대출은 14개 금융사에서 모두 받을 수 있지만 은행별 취급 실적을 보면 ‘카카오뱅크 쏠림’이 두드러졌다. 올 상반기 카카오뱅크의 청년 전세대출 취급액은 2조4216억원으로 전체의 61%에 달했다. 국민(13.4%) 신한(8.4%) 우리(5.1%) 농협(3.3%) 등 5대 은행 취급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이날 기준 대출금리는 카카오뱅크가 연 3.3%로 주요 은행(연 3.28~3.55%)과 큰 차이는 없다. 그런데도 카카오뱅크에 대출이 몰린 것은 모바일 거래에 익숙한 청년층의 선호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뱅크는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모든 과정을 100% 모바일로 처리하고 토요일에도 오후 10시까지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에서 수원으로 이사하며 카카오뱅크 전세대출을 받았다는 한 소비자는 “주거래은행에선 수원 지점에서 대출을 실행하라고 권해 비대면 대출이 가능한 카카오뱅크에서 신청했다”며 “3일 만에 대출 승인이 나 편리했다”고 했다. ‘플랫폼 경쟁’에 열을 올려온 은행권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똑같은 상품인데도 판매 격차가 벌어지는 건 플랫폼 경쟁력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청년 전세대출 대상자를 주거래 고객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은행 입장에선 뼈아픈 결과”라고 했다.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우리은행은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 영업 목표와 다짐을 적는 ‘나에게 쓰는 편지’ 이벤트를 한다. 자율적인 영업 문화가 자리 잡도록 임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이원덕 우리은행장(사진)의 의중이 반영된 행사다.이벤트에 참여하는 임직원은 올 하반기 영업에 임하는 다짐이나 이루고 싶은 목표를 작성해 은행 내부 시스템에 전송하면 된다. 편지는 오는 12월 작성자에게 자동 회신된다.이 행장은 임직원 가운데 가장 먼저 나에게 쓰는 편지를 보냈다. 이 행장은 “직원 개개인이 목표를 세우고 작은 성공을 성취해 우리은행의 성공적인 도약의 발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검찰이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7조원 규모의 이상 외환거래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환거래 구조가 확인되면서 일각에서는 환차익을 노린 조직적 범죄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차후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까지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2일 검찰과 금감원에 따르면 검사 중인 이상 외환거래는 먼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대표이사 등 다수의 개인과 몇 개의 법인으로 이체됐다. 이어 한 무역 법인 계좌로 다시 모인 뒤 수입 대금 지급 등의 명목으로 은행을 통해 해외법인에 송금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해당 해외법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닌 일반 법인들이었다.이상 외환거래 규모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당초 서울 중앙지검은 "2조원 규모의 수상한 외환거래가 포착됐다"고 밝혔으나 지난달 27일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확인한 이상 외화 송금 거래 규모가 총 4조1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까지 포함하면 범죄 혐의가 보이는 외환거래 규모가 6조 60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단 정상적인 상거래도 수사 중인 외환거래에 일부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우선 범죄로 의심할만한 거래를 추려낸 뒤 어떤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확인에 들어갈 계획이다.금융권과 법조계에선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 환차익을 노린 조직적 범죄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치 프리미엄이란 국내 가상자산 가격이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통상 가상화폐에 대한 국내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벌어진다.만일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범죄일 경우 혐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무역 대금으로 위장해 국내에서 나간 돈의 대가로 가상자산이 해외에서 국내 전자지갑으로 이동한 흐름과 이 가상자산을 팔아 차익을 실현한 거래 내용 등이 확인돼야 한다. 대규모 계좌 추적과 가상자산 거래소 압수수색 등이 이어질 수 있다.검찰은 범죄 혐의점을 포착한 뒤 불법 자금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한 작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금융 범죄를 담당하는 서울남부지검 대신 범죄수익환수부가 설치된 중앙지검에 사건이 배당된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1월 개정된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르면 장기 3년 이상 징역형에 해당하는 모든 범죄 수익을 환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외환거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을 경우 범죄수익으로 규정된 금액을 국고로 환수할 수 있다.한편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범죄 혐의가 짙은 외환 거래에 대한 검사가 전 은행권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현재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대해서만 검사가 진행 중이지만 전 은행에 자체 조사를 요청했다”며 “문제점이 확인돼 광범위하게 검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2개 은행 외에 추가로 이상 해외송금 정황을 보고한 은행이 있느냐는 질의에도 “여러 시중은행에서 유사한 형태의 거래가 다발적으로 발생했다”고 답했다.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