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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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7조원 규모의 이상 외환거래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환거래 구조가 확인되면서 일각에서는 환차익을 노린 조직적 범죄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차후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까지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2일 검찰과 금감원에 따르면 검사 중인 이상 외환거래는 먼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대표이사 등 다수의 개인과 몇 개의 법인으로 이체됐다. 이어 한 무역 법인 계좌로 다시 모인 뒤 수입 대금 지급 등의 명목으로 은행을 통해 해외법인에 송금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해당 해외법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닌 일반 법인들이었다.

이상 외환거래 규모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당초 서울 중앙지검은 "2조원 규모의 수상한 외환거래가 포착됐다"고 밝혔으나 지난달 27일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확인한 이상 외화 송금 거래 규모가 총 4조1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까지 포함하면 범죄 혐의가 보이는 외환거래 규모가 6조 60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단 정상적인 상거래도 수사 중인 외환거래에 일부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우선 범죄로 의심할만한 거래를 추려낸 뒤 어떤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확인에 들어갈 계획이다.

금융권과 법조계에선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 환차익을 노린 조직적 범죄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치 프리미엄이란 국내 가상자산 가격이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통상 가상화폐에 대한 국내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벌어진다.

만일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범죄일 경우 혐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무역 대금으로 위장해 국내에서 나간 돈의 대가로 가상자산이 해외에서 국내 전자지갑으로 이동한 흐름과 이 가상자산을 팔아 차익을 실현한 거래 내용 등이 확인돼야 한다. 대규모 계좌 추적과 가상자산 거래소 압수수색 등이 이어질 수 있다.

검찰은 범죄 혐의점을 포착한 뒤 불법 자금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한 작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금융 범죄를 담당하는 서울남부지검 대신 범죄수익환수부가 설치된 중앙지검에 사건이 배당된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1월 개정된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르면 장기 3년 이상 징역형에 해당하는 모든 범죄 수익을 환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외환거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을 경우 범죄수익으로 규정된 금액을 국고로 환수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범죄 혐의가 짙은 외환 거래에 대한 검사가 전 은행권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현재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대해서만 검사가 진행 중이지만 전 은행에 자체 조사를 요청했다”며 “문제점이 확인돼 광범위하게 검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2개 은행 외에 추가로 이상 해외송금 정황을 보고한 은행이 있느냐는 질의에도 “여러 시중은행에서 유사한 형태의 거래가 다발적으로 발생했다”고 답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