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관련이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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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집 살 돈을 다 날렸습니다. 이제 살 수도 없고, 팔 수도 없게 돼버렸어요.”

최근 투자정보 카페나 종목 게시판에 자주 올라오는 글이다. 코로나19 이후 급등장에서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한 개인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급락장에서 길을 잃은 모습이다. 매수 버튼도, 매도 버튼도 쉽사리 누를 수 없는 장이 지속되면서 하루 평균 거래량은 지난해 초 대비 5분의 1 토막 났다.

뚝 떨어진 거래량

팔지도, 사지도 못해…개미 "株울증 걸릴 지경"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국내 증시(유가증권, 코스닥, 코넥스시장 합계)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0조369억원으로 지난달 대비 5.2%, 1년 전 대비 52% 줄었다.

지난 26일엔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이 8조9798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1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42조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거래대금이 5분의 1로 감소한 셈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살 수도, 팔 수도 없게 됐다”고 토로하고 있는 건 개인이 지난해부터 집중적으로 매수한 성장주가 크게 하락하면서 투자 금액이 물려 있기 때문이다. 개미는 이달 들어 카카오, 크래프톤 등 지난해 크게 오른 종목 중 하락률이 30~50%에 달하는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개인이 1월 한 달간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카카오다. 개인의 평균 매수가는 9만6956원. 이날 종가는 8만2600원으로 평균 매수가 대비 14.81% 빠졌다. 카카오뱅크는 개인 평균 매수가보다 11.3%, 크래프톤과 하이브는 각각 24.56%, 18.44% 떨어졌다. 하락장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이 섣부르게 주가가 떨어진 종목 위주로 사들인 결과다. 저점에 다다랐다고 보고 매수에 들어갔지만 오히려 하락세는 더 급격해졌다.

“지금 팔기엔 실익이 없다”고 조언하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개인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과거 10년 평균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10.09배)인 2806.6포인트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주울증’ 호소하는 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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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새 주식시장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개인 투자자도 크게 늘었다. 종목토론방이나 주식정보 카페에는 “미국장 쳐다보다 늦잠 자서 출근에 늦었다”는 글이나 “주가창으로 시작하는 매일 아침이 우울하다”, “모바일 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눈을 떼지 못해 일처리가 늦어져 상사에게 한 소리 들었다” 같은 글이 넘쳐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작년보다 주가가 싸졌다고 무조건 매수하는 전략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유동성 잔치가 끝나면 성장성만으로 높은 프리미엄을 받은 성장주의 할인은 불가피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기조에다 단발성 악재까지 겹치면서 할인율이 50%를 넘겨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데도 지난해 크게 올랐던 일부 종목은 반 토막이 아니라 10분의 1 토막이 날 것”이라며 “주가의 절대 레벨만 보고 매수하지 말고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을 잘 선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심성미/박재원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