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LG에너지솔루션 상장 후 3거래일 연속 순매수에 나섰다. 지난해 카카오페이, 크래프톤부터 올해 LG에너지솔루션까지 연기금이 대형 기업공개(IPO) 종목에서 손실을 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상장 초기 수급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큰 새내기주를 기계적으로 사들이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지난달 27일 이후 3거래일 동안 2조324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상장 당일 순매수 규모만 2조1085억원에 달한다.

연기금이 새내기주를 상장 초기에 대량 사들이는 것은 매년 반복되는 흐름이다. 연기금은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을 상장일에만 각각 1438억원, 116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연기금으로선 대형 IPO 종목이 상장하면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충족될 때까지 기계적으로 매수할 수밖에 없다.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패시브 투자는 단순 수익률보다 ‘벤치마크를 얼마나 잘 복제했는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연기금의 이 같은 투자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대형 IPO 종목의 주가가 상장 직후 고점을 형성하고 이후 하락세를 보이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의 LG에너지솔루션 평균 순매수 단가는 52만380원으로 추정된다. 현 주가(47만7000원)와 비교하면 8.34% 평가손실이 난 셈이다.

연기금은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등 지난해 상장한 종목에서도 큰 손실을 보고 있다. 크래프톤의 현 주가(27만5500원)는 연기금의 평균 매수 단가인 50만6920원 대비 45.73% 낮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기금의 패시브 투자가 새내기주의 상장 초 오버슈팅(일시적 폭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연기금의 패시브 투자에 대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규 상장 종목의 편입 기간을 늦추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 벤치마크지수를 코스피지수 외에 다른 지수로 대체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실제 한국거래소는 2015년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패시브 투자를 위한 ‘코스피 벤치마크지수(i-KOSPI)’를 만들었다. 해당 지수는 신규 상장 종목에 대해 상장 10거래일 후 편입하도록 했다. 하지만 해당 지수는 실제 사용이 거의 없어 2019년 산출이 중단됐다.

벤치마크지수로 코스피지수 대신 코스피200지수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코스피200지수는 상장 후 지수 편입까지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수급에 따른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