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최근 '헝다 쇼크' 등 중국발 악재로 크게 조정받은 비트코인(BTC)이 그간 낙폭을 만회하고 5개월만에 5만5000달러를 일시 회복했다. 미국 투자업체와 미 금융 당국이 최근 가상자산(암호화폐)에 호재로 작용할만한 소식을 연달아 안겨주면서 비트코인 가격에도 날개를 달아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비트코인이 5만6200달러를 안정적으로 돌파하면 상승세가 더욱 커질 수 있지만 5만4200달러가 깨지면 가격 하락 압박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일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세는 오후 4시 52분 현재 전일대비 1.62% 상승한 6658만원(바이낸스 거래소 기준 5만462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1조8258억달러(약2173조원)까지 쪼그라들었던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도 이날 2조2921억달러(약2728조원)를 넘어서며 가상자산 시장은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시가총액도 1조달러를 재돌파했다.

이날 김치 프리미엄(해외 거래소와 국내 거래소의 가격 차이)은 전일 대비 1.47% 하락한 2.68%를 기록하고 있다.

기관투자자 비트코인 주목 "비관론자 소로스도 투자한다"

이번 급등에는 '헤지펀드계의 전설'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의 비트코인 투자가 호재로 작용했다. 돈 피츠패트릭(Dawn Fitzpatrick)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다는 아니지만 비트코인과 일부 코인을 투자하고 있다"며 "가상자산은 이제 주류화됐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에 회의적이던 소로스펀드가 이같이 비트코인 투자를 인정하면서 기관투자자 사이에서도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CNN은 지난 6일 "억만장자 워런 버핏(Warren Buffet)과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JP모건 회장 등 저명한 투자자들이 여전히 가상자산 투자를 꺼리는 가운데, 소로스펀드가 비트코인 투자 사실을 직접 공개한 것은 가상자산 투자에 큰 정당성을 부여해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미국 5대 은행이자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본사를 둔 US뱅크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 서비스를 지난 5일 출시했다. 기관투자자가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고 있는 데 대한 대응이다. 군잔 케디아(Gunjan Kedia) US뱅크 투자서비스 부문 부회장은 "최근 가상자산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관심과 펀드 투자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면서 "앞으로도 이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SEC위원장·연준의장 "가상자산 금지 안해"…'BTC ETF' 기대감도↑

가상자산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미 금융 당국도 최근 호의적인 입장을 내놓으며 투자 심리 개선을 부추기고 있다.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지난 5일 열린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과 같이 가상자산에 대한 금지 조치가 논의되고 있냐"는 테드 버드(Ted Budd) 하원 의원 질문에 "SEC는 가상자산 기업들과 이미 여러차례 마찰을 빚었다"면서도 "미국은 (가상자산을 금지하는) 중국의 선례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지난달 30일 청문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중앙은행에서 디지털 달러를 발행한다면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필요 없어질 것"이라며 가상자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에 미국 경제 전문매체 CNBC는 지난 6일(현지시간) "최근 워싱턴DC(미국 정계)에서 가상자산 투자를 고려중인 기관투자자에게 안도감을 주는 발언이 나오면서 비트코인 가격도 상승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한편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곧 출시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부풀고 있다. 겐슬러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비트코인 선물 ETF 승인 여부에 대해 "비트코인 선물 ETF는 비트코인 현물이 아닌 선물계약에 투자하는 것으로, 해당 부서가 신청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비트코인 ETF 승인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비트코인 ETF가 승인되면 많은 투자자가 비트코인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게 되는 만큼 비트코인이 '10만 달러'에 도달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에릭 발츄나스(Eric Balchunas)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는 최근 "비트코인 ETF가 이번달 어떤 형식으로든 승인 받을 확률은 75%"라고 밝혔다.

"고래 차익실현 따른 단기변동성 주의…다음 저항은 5만6200달러"

업계에선 이같은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단기간 급등한 만큼 가격 지지선·저항선 돌파 여부에 따른 긴밀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뉴스비티씨에서 활동하는 토니 스필로트로(Tony Spilotro) 가상자산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은 5만5000달러를 일시 돌파하며 그간 저항을 모두 해소했다"며 "강세 사이클이 다시 시작됐다고 본다. 비트코인은 곧 신고가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지금 비트코인의 움직임은 지난 4월 6만5000달러 신고가를 찍고 급락하기 전 상황과 유사하다"면서 "이번에도 신고가 경신 뒤 큰 하락이 뒤따라올 것"이라며 투자자의 주의를 당부했다.

아유시 진달(Aayush Jindal)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주요 심리적 매물대인 5만 달러를 넘어 강한 상승을 시작했다"면서 "다음 저항은 5만6200달러로, 이를 돌파하면 5만8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트코인은 이날 현재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5만6000달러를 안정적으로 돌파하지 못할 경우 추가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는 "비트코인의 지지선은 5만4200달러에 형성돼 있다"며 "만약 낙폭이 커질 경우 5만3000달러, 5만366달러까지 차례로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트코인 고래투자자의 차익 실현 움직임도 감지돼 단기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명 가상자산 분석가인 윌 클레멘테(Will Clemente)는 8일 글래스노드 데이터를 인용해 "1000 비트코인(BTC) 이상 보유한 고래투자자의 비트코인 보유량이 줄고 있다"면서 "비트코인 고래가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고래가 매도하면 거래소의 비트코인 보유량이 늘어나기 마련인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비트코인 투자자는 가격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매수세와 매도세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다시 하락장이 연출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가상자산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에서 활동하는 다마닉 단테스(Damanic Dantes) 애널리스트도 "비트코인은 현재 과매수 상태로 매물 출회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비트코인이 조정을 받으면 5만2000달러, 5만 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하락하더라도 5만 달러, 4만8000달러선은 지지해야 다음 상승 랠리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민승 블루밍비트 기자 minriver@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