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베어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배당본부장(윗줄 맨오른쪽)과 애널리스트들이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독서모임을 진행하는 모습. 베어링자산운용 제공
김지영 베어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배당본부장(윗줄 맨오른쪽)과 애널리스트들이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독서모임을 진행하는 모습. 베어링자산운용 제공
'주린이'들이 투자 공부에 한창이다. 유튜브의 기세에 밀려 책 읽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 올해 상반기 교보문고의 재테크·금융 분야 서적 판매량이 전년보다 약 65% 뛰었을 정도다. 투자 열풍에 관련 책이 쏟아지다 보니 책 고르는 일이 종목 고르기만큼 쉽지 않다는 초보 투자자들도 많다. 투자의 최전선에 있는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들은 어떤 책을 읽을까.

베어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는 참여를 희망하는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을 모아 2년째 1주일에 한번씩 사내 독서모임을 진행 중이다. 시장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꾸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봐서다.

독서는 '투자 고수'들의 전통적 투자 성공 비결로 꼽힌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역시 소문 난 독서광이다. 버핏의 40년지기 단짝이자 사업 파트너인 찰리 멍거 부회장이 "버핏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측정해보면 절반 이상을 앉아서 책 읽는 시간이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올해 함께 읽은 책들 대부분은 투자 전략에 집중한 책들이다. 이들은 ‘워런 버핏의 주주서한’ ‘경쟁 우위전략’ ‘하워드 막스 투자와 마켓사이클의 법칙’ 등을 읽으며 책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실제 투자에 어떻게 적용할지 토론한다고 했다.

특정 테마에 대한 책도 눈에 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책 ‘태양 길들이기’, 인공지능(AI)을 다룬 ‘AI 슈퍼파워’, ‘IT 좀 아는 사람’ 등이다.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김지영 주식운용본부 배당본부장은 "한 번 유행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눈여겨볼 분야를 찾다 보니 5년 이상 지속될 테마를 다룬 책들을 고르곤 한다"고 했다.

다만 ‘주린이’ 개인투자자들에게는 기초 개념을 익힐 수 있는 책부터 읽기를 권했다. 공시와 재무제표를 충실히 다룬 책으로는 '기업공시완전정복'을 추천했다.

독서모임은 베어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가 투자 경험, 전략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하다. 베어링자산운용은 별도의 리서치본부 없이 운용본부 내에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가 함께 근무한다. 애널리스트로 출발해 펀드매니저로 일하는 사례도 많다. 김 본부장은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버블을 현직에서 겪은 매니저부터 금융위기 이후 여의도 생활을 시작한 애널리스트까지 팀원들의 연령대가 다양하다"며 "독서 후 토론을 하다 보면 회의 시간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가치 투자에 대한 전략과 문화를 공유할 수 있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