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3%대 급락 > 코스피지수 3000선이 무너졌다. 코스피지수는 29일 3.03% 급락한 2976.21에 마감했다. 개인은 순매수를 이어갔으나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물량을 받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사진은 같은 날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코스피 3%대 급락 > 코스피지수 3000선이 무너졌다. 코스피지수는 29일 3.03% 급락한 2976.21에 마감했다. 개인은 순매수를 이어갔으나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물량을 받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사진은 같은 날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29일 장이 열리기 전 개인들은 주가가 오르기를 기대했다. 작년 말부터 급락한 다음날 반등하는 패턴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마침 미국 증시도 전날 밤 상승했다. 오전 9시 시장이 열렸다. 기대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전날보다 1% 오른 선에 거래를 시작했다. 주가가 오르자 외국인은 매도를 시작했다. 개인이 받아내며 오전까지는 1%대 하락으로 막아냈다. 오후 들어 외국인이 물량을 더 내놨다. 코스피지수는 2%대까지 밀렸다. 장 마감 10분 전인 3시20분엔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동시호가를 받기 시작하자 증권사 트레이딩시스템에는 코스피지수가 6%대 급락해 2900선마저 내줄 것이라는 예상수치가 떴다. 외국인이 장 막판 동시호가에서 매물을 쏟아낸 탓이다. 동시호가 시간인 10분간 외국인이 내놓은 순매도 물량만 4481억원어치에 달했다. 개인과 기관이 물량을 급하게 받아냈지만 결국 3%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외국계 헤지펀드 매도

"외국인 매도물량 쏟아져 단기 조정…현금 확보 후 저점 매수를"
코스피지수는 3.03% 하락한 2976.21에 거래를 마쳤다. 나흘 연속 하락한 것은 작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하락의 특징은 시가총액과 업종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종목이 하락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 912개 종목 중 상승마감한 종목은 66개에 불과했다. 유가증권시장 시총 상위 50위 종목 가운데서는 3개(SK이노베이션, 고려아연, KT)뿐이다.

전문가들은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외국계 헤지펀드 등의 매도를 지목했다. 외국인은 이번주 국내 증시에서 주식 5조886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들이 국내 증시 전 종목에 걸쳐 차익을 실현하면서 시장을 끌어내렸다는 설명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빠르게 주식 비중을 줄이면서 국내 증시도 이에 휩쓸린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스톱으로 큰 손실을 본 미국 헤지펀드들이 자산을 내다 팔기 시작하자 투자심리가 악화됐다는 얘기다. 신진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도 “게임스톱 사태 등을 겪으며 세계의 헤지펀드가 주식 비중을 축소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이 우선처분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어디까지 떨어질까

조정의 성격을 고려하면 이번 하락은 중기추세를 보여주는 60일 이동평균선이 있는 28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큰 폭의 하락을 예상하지 않는 이유는 그동안 상승장을 이끈 중요한 요인들이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작년 2분기에 본격 반영된 점을 고려하면 올 1분기 내내 드러나는 지표들은 긍정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조정이 1분기 동안 이어질 상승 추세를 꺾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시즌을 거치며 드러난 주요 기업의 실적과 경기 지표가 긍정적인 만큼 오히려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개선됐다는 분석도 있다. 고객예탁금이 다시 70조원을 회복한 것도 조정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근거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흐름은 한번 형성되면 예상을 뛰어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2500, 2600선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분위기 달라진 것은 분명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진 점은 경계 요인으로 꼽혔다. 한 차례 조정을 겪으며 투자심리가 악화된 시장이 이전처럼 강력한 상승장을 연출하기보다는 실적을 확인하고, 전망을 조금씩 높여나가면서 올라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센터장은 “이번 조정은 단기 급등에 따른 위험자산 쏠림이 해소되는 과정”이라며 “상승장이 이어지더라도, 연말연초의 급격한 상승보다는 역사적 고점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동성이 커지는 것도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점이다. 현금 비중을 늘리라는 조언이다. 김승현 센터장은 “개인은 변동성 장세에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성급한 ‘물타기’를 시도하기보다 시장 하락을 인내하며 저가매수 타이밍을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범진/고윤상/양병훈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