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급락하면서 해외에선 원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의 청산이 잇따르고 있다.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자 상품 운용사들이 자진 상장폐지에 나선 것이다.

바클레이즈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아이패스 S&P GSCI 원유 토털리턴인덱스 ETN’(종목코드 OIL)을 청산한다고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유가 급락에 올 들어 21일까지 82.3% 급락하며 순자산이 3300만달러(약 4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오는 30일 상장폐지되며, 이 ETN을 보유한 투자자는 23일 종가 기준으로 잔존 가치를 산정해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이는 최근 사례에 불과하다. 유가 하루 등락률의 세 배를 움직이는 레버리지 상품은 벌써 지난달부터 대거 청산이 이뤄졌다.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3X 원유 ETF’(OILU)는 지난달 30일, ‘벨로시티셰어즈 3X 롱 원유 ETN’(UWT)은 지난 3일, ‘프로셰어즈 데일리 3X 롱 원유 ETN’(WTIU)은 지난 9일 청산됐다. 배호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괴리율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이들 상품을 운용하기가 어려워진 데다 투자자 손실이 우려돼 운용사 측에서 조기 청산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버리지 없이 유가를 그대로 따르는 원유 ETF와 ETN은 대부분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6월 인도분 원유 선물 가격도 빠르게 마이너스를 향해 가면서 이들 상품에서도 문제가 터져나오고 있다. 21일 원유 ETF인 ‘프로셰어즈 울트라 불룸버그 원유’(UCO)는 25주를 1주로 합치는 주식병합을 했다. ETF 주당 가격이 1달러 밑으로 떨어진 탓이다. 주식병합으로 14.57달러로 가격이 올랐지만 유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어 상장폐지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에서도 원유 ETF·ETN 상장폐지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처럼 발행사가 조기에 자진 청산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선 투자자만 발행사에 조기 상환을 요청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유가가 급락해 ETF와 ETN 상장폐지 위험이 커져도 반등을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계속 몰리고 있다”며 “발행사 측에서 이를 막을 수단이 없어 투자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