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추석 호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드론 테러가 증시 상승세에 제동을 걸어서다. 이달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오전 9시54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2.71포인트(0.13%) 상승한 2051.91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추석 연휴 기간이었던 11~13일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증시는 미중 무역협상 진전 기대감, 유럽중앙은행(ECB)의 대대적인 완화정책 실시 등 거시경제 환경 개선으로 약 1%대 상승세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국내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원·달러 환율 상승세도 완화됐지만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34분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4원 내린 1184.6원에 거래되고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요국 증시의 호재, 원·달러 환율 절상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에서 발생한 원유 생산시설 테러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증시 상승세를 제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시설 두 곳이 예멘 반군의 드론(무인항공기) 공격으로 가동이 잠정 중단됐다.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 하루 원유 생산량의 절반가량, 세계 원유 생산량의 5% 이상이 차질을 빚게 됐다.

국제 유가도 큰 폭으로 뛰었다. 이날 싱가포르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장 초반 배럴당 11.73달러 오른 71.95달러로 19% 넘게 올랐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12.35% 상승한 67.6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장 초반 배럴당 63.34달러로 전장보다 15% 이상 급등하며 거래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수입하는 순수입국으로 생산 차질로 공급이 우려가 확대, 유가가 상승하게 되면 비용이 상승하면서 국내 경기는 물론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연간 10억 배럴 이상을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로 제조업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 비용에 대한 상승분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게 되면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자칫 적자로 전환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환율 불확실성이 확대 되는 등 국내 제반 사항 악화로 주식 시장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지시각 17~18일 열리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9월 FOMC에서는 현행 2.00~2.25%의 연방기금금리를 1.75~2.00%로 25bp(1bp=0.01%포인트)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부 경제 지표 개선으로 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위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증시에 악재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FOMC 이벤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국내 증시는 주 후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 된다"며 "9월 금리 인하 확률이 100%에서 80%로 하향 조정되는 등 시장 일각에서 덜 완화적인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결국 향후 금리를 예상하는 점도표와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이 중요하다는 것이 다수의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