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에스엠) 지분을 확대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이 에스엠의 기업가치 개선을 요구하고 나서자 추가 상승에 ‘베팅’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분율이 19.08%에 불과한 이수만 에스엠 회장은 더욱 압박을 받게 됐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5일 기준으로 에스엠 주식 117만283주(5.01%)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KB자산운용이 기업가치 개선을 요구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30일 이후 주식을 대거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수만 회장(19.08%) 국민연금공단(8.07%) KB자산운용(7.59%)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5.06%)에 이어 에스엠의 5대 주주가 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KB자산운용이나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처럼 행동주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원칙)에 가입한 만큼 적극적으로 주주활동에 동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관투자가는 대량 지분을 보유하면 주주제안 등을 통해 선량한 수탁자로서의 충실의무를 지켜야 한다”며 “미래에셋자산운용도 KB자산운용의 움직임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도 지난 5일 에스엠 지분율을 6.60%에서 7.59%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같은날 KB자산운용은 ‘사외이사를 선임해 이사회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이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에스엠에서 매년 100억원 이상을 가져가는 것을 문제 삼고 이사 선임을 통해 막겠다고 했다. 와이너리·레스토랑 등 본업과 관련이 없으면서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자회사도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주요 기관투자가의 에스엠 지분율 합계는 25.73%로 이 회장 측(19.08%)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을 더욱 압박하고 경영개선에 목소리를 키울 수 있게 됐다. 에스엠은 10일 코스닥시장에서 150원(0.31%) 오른 4만795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30일 이후 7거래일간 27.36% 급등했다. 기관투자가가 대량 매수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기관은 이 기간 에스엠 주식 49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연금이 130억원어치, 자산운용사는 28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에스엠 측이 연일 계속되는 기관 지분확대에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최근 '부당 내부거래' 의혹에 휩싸인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한동안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JYP Ent.) 이사에게 내줬던 연예인 주식 부자 1위 자리를 되찾았다.9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이 프로듀서가 보유한 상장사 주식 가치는 지난 7일 현재 2천109억원으로 집계됐다.이는 2위인 박진영 이사의 주식 자산(1천654억원)보다 27.5% 많은 수준이다.이수만 프로듀서의 지분 가치는 지난 4월까지 박진영 이사에게 100억원 이상 뒤처졌으나 지난달 JYP의 주가 하락으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특히 지난달 30일 에스엠 지분을 7.59% 보유한 KB자산운용이 에스엠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 등 의혹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에스엠 주가가 급등했고 이를 계기로 이 프로듀서의 지분 가치는 확실한 1위로 올라섰다.지난달 30일부터 지금까지 에스엠 주가는 26.96%나 올랐다.주주 행동주의에 기반을 둔 기관투자자의 문제 제기로 오히려 에스엠의 주식 가치가 크게 늘어난 셈이다.앞서 KB자산운용은 지난 5일 주주 서한을 통해 "이 총괄프로듀서의 100%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이 에스엠에서 작년 145억원 등 영업이익의 46%를 인세로 받아갔다"며 "이는 소액주주와 이해 상충이 되며 최악의 경우 소송을 겪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KB자산운용은 에스엠에 라이크기획을 합병하고 순이익의 30%를 배당하는 한편 레스토랑·와이너리 등 에스엠의 본업과 무관한 적자 사업을 매각할 것을 요구했다.이에 대해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부 적자 자회사만 정상화되어도 올해 영업이익이 현재의 예상치보다 36%까지 늘어날 수 있다"면서 에스엠에 대한 목표주가를 종전 5만2천원에서 5만8천원으로 올렸다.이효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기관투자자 지분 합계가 최대주주 지분보다 커져 주주가치가 제고되는 방향으로 이벤트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다.한편 '버닝썬 사태'로 타격을 입은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프로듀서의 주식 가치는 1천87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1.41% 급감했다.이어 에스엠 지분을 3.93% 보유한 배용준씨의 지분 가치가 439억원이고 함영준 오뚜기 회장 장녀로 오뚜기 지분 1.19%를 가진 뮤지컬배우 함연지씨의 주식 자산도 299억원에 달했다.이밖에 풍국주정 이한용 대표이사의 부인으로 이 회사 지분을 13.29% 보유한 탤런트 출신 박순애씨의 주식 자산은 270억원, 가수 출신 한성호 FNC엔터테인먼트 회장의 지분 가치는 254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상장사 연예인 주식부자(7일 종가 기준, 단위: 억원)┌───┬───────┬─────┬────┬────┬────┬────┐│ 순위 │ 성명 │ 직업 │ 현재 │ 작년말 │ 증감액 │ 증감률 ││ │ │ │주식가치│주식가치│ │ │├───┼───────┼─────┼────┼────┼────┼────┤│ 1 │ 이수만 │SM 총괄PD │ 2,109│ 2,306│ -197│ -8.54%│├───┼───────┼─────┼────┼────┼────┼────┤│ 2 │ 박진영 │ JYP 이사 │ 1,654│ 1,903│ -248│ -13.06%│├───┼───────┼─────┼────┼────┼────┼────┤│ 3 │ 양현석 │YG 대표PD │ 1,087│ 1,585│ -498│ -31.41%│├───┼───────┼─────┼────┼────┼────┼────┤│ 4 │ 배용준 │ 영화배우 │ 439│ 481│ -41│ -8.60%│├───┼───────┼─────┼────┼────┼────┼────┤│ 5 │ 함연지 │뮤지컬가수│ 299│ 312│ -13│ -4.14%│├───┼───────┼─────┼────┼────┼────┼────┤│ 6 │ 박순애 │ 탤런트 │ 270│ 321│ -52│ -16.15%│├───┼───────┼─────┼────┼────┼────┼────┤│ 7 │ 한성호 │ FNC 회장 │ 254│ 250│ 4│ 1.17%│└───┴───────┴─────┴────┴────┴────┴────┘(자료=재벌닷컴)/연합뉴스
“연예계에서 이수만 에스엠엔터테인먼트 회장은 신(神)입니다. 금융투자사들도 문제를 알면서 쉬쉬해 왔죠. 잘못하면 회사와의 관계가 아예 끝날 수도 있으니까요.”(A 운용사 대표)지난달 29일 본지 보도 이후 에스엠을 둘러싼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본지는 이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에스엠에서 매년 100억원 이상을 가져가고 있으며 행동주의 펀드들이 이를 겨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다급해진 에스엠은 다음날 상장 이후 처음으로 배당 카드를 꺼냈다. 증권사들도 잇따라 분석 보고서를 내놨고 후속 기사들에는 댓글 수백 개가 달렸다. 지난 5일에는 3대 주주인 KB자산운용이 ‘사외이사를 선임해 이사회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성역(聖域)은 그렇게 공론의 장으로 바뀌었다.금융투자업계가 바라는 것은 이 회장의 전면 퇴진이 아니다. 그가 없는 에스엠은 상상할 수 없다. 이 회장은 ‘K팝 시장’을 만든 주역이다. 아이돌의 원조 격인 H.O.T와 S.E.S를 탄생시켰으며 적자를 무릅쓰고 보아를 일본에 진출시켰다.그의 도전과 실패를 발판으로 지금의 JYP엔터, 와이지엔터, 빅히트엔터가 탄생할 수 있었다. 에스엠 관계자는 “가사 속 단어, 허밍음, 음반 디자인 하나까지 이 회장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하지만 ‘1인 카리스마’에 의존한 경영은 결국 화를 불렀다. 이 회장은 엄연한 상장사인 에스엠을 개인회사처럼 다뤘다. 내부통제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2017년에는 외부회사를 통해 에스엠의 전체 영업이익 109억원과 맞먹는 108억원을 가져갔다.주주는 뒷전이었다. KB자산운용은 에스엠이 회장의 개인 취향을 반영한 와이너리, 레스토랑 등 본업과 무관한 사업을 지속해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며 구시대적 기업문화라고 지적했다.세계적인 K팝 열풍에도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들이 엔터주에 대한 투자를 꺼려온 것은 이처럼 불투명한 지배구조 때문이다. 주주들이 원하는 것은 명확하다. 개인회사를 에스엠에 합병시키고 내부로 들어와 주주로서 배당과 자본차익을 통해 보상받으라는 것이다. 아픈 과정이지만 이를 개선하면 에스엠의 기업 가치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지난달 29일 본지 보도 이후 에스엠 주가가 26.96% 급등한 것은 이런 시장 기대를 반영한다.자본시장에서 이 회장의 편은 많지 않다.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지분 합계는 이미 이 회장 측(19.08%)을 넘어선다. 이른바 ‘승리 사태’ 이후 연예기획사에 대한 대중의 시선도 곱지 않다. 이 회장이 구태를 고집하다가는 ‘K팝의 선구자’라는 명예까지 잃을 수 있다.bebop@hankyung.com
증권사들이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의 압박에 주주가치가 제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에스엠은 7일 코스닥시장에서 2450원(5.40%) 오른 4만7800원에 마감했다. 공모 행동주의 펀드를 운용 중인 KB자산운용, 한국밸류자산운용 등이 기업가치 개선을 요구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30일부터 26.96% 급등했다.KB자산운용은 이수만 에스엠 회장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을 에스엠에 합병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주주서한을 지난 5일 발송했다. 증권사들은 KB자산운용(7.59%),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5.06%), 미래에셋자산운용(4.82%)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지분율이 높아 이들의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며 목표주가를 잇따라 올렸다. 2분기 이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도 높다는 분석이다.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