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국내 1호 관광호텔 온양관광호텔의 매각이 유찰됐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과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이 전날 열린 온양관광호텔 매각 본입찰에 예비입찰에서 인수의향서(LOI)를 냈던 동아건설산업과 한림건설 두 곳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온양온천은 1970~1980년대 신혼여행지로 유명했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던 시절 최고의 허니문 휴양지였다. 수학여행이나 각종 단체여행 코스로도 인기였다. 삼국시대부터 온수가 솟았다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이기도 하다.백제 사람들은 뜨거운 물이 나오는 이곳을 탕정(湯井)이라고 불렀다. ‘온조 36년(서기 18년) 탕정성(湯井城)을 쌓고 백성을 살게 했다’는 기록을 보면 역사의 뿌리가 2000년 전까지 가 닿는다. 고려 이후 온수(溫水)·온천(溫泉)으로 불리다 세종 때부터 지금의 온양(溫陽)으로 불렸다.평생 안질과 피부병에 시달린 세종은 온천욕 효과에 큰 기대를 걸었다. 1433년에는 이곳에 행궁(行宮·궁궐 밖 거처)을 짓고 대규모 목욕시설을 갖췄다. 세종은 ‘경기 지역에서 온천을 찾아내는 사람에게 후한 상을 주고 해당 읍의 칭호를 승격시키겠노라’고 했지만 가까운 온천을 찾는 데 실패하자 이곳 충청도까지 행차했다.온양은 이후에도 세조, 현종, 숙종, 영조 등의 휴양·치유소로 사랑받았다. 세조는 1458년 온천 옆에서 냉천을 발견하고 신정(神井)이라 불렀다. 성종은 이를 기념해 신정비(神井碑)를 세웠다. 사도세자는 다양한 한약재를 온천에 넣어서 이용했다. 이곳을 가장 많이 찾은 왕은 종기와 피부병이 심했던 현종이다. 그는 정유재란 때 파괴된 행궁을 100칸 규모로 복원했다.온양행궁이 근대적 건물로 바뀐 것은 구한말 때였다. 일본 자본가들이 온양온천주식회사를 설립하고 1905년 일본식 온천여관인 온양관(溫陽館)을 지었다. 장항선 철도를 건설한 경남철도가 이를 넘겨 받아 신정관(神井館)이라는 온천 리조트로 재단장했다. 세조 때의 이름 신정(神井)을 딴 것이다.1928년 개관한 신정관은 동양 제일의 온천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일본 효고현의 유명한 온천도시 다카라즈카(寶塚)를 본떠 ‘조선의 다카라즈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때부터 신혼여행지로 각광받았다. 6·25 전쟁 직후인 1953년 교통부는 잿더미가 된 신정관 자리에 온양철도호텔을 세웠다. 이것이 1967년 민영화에 따라 국내 관광호텔 1호인 온양관광호텔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지금도 호텔 왼쪽 주차장 너머에 신정비가 보관돼 있다. 호텔 오른쪽에는 사도세자가 영조를 따라와 활쏘기를 연습하던 영괴대(靈槐臺)도 있다.이렇듯 역사가 깊고 사연 많은 온양관광호텔이 적자 끝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고 한다. 1995년 첫 법정관리 후 경남기업으로 넘어갔다가 지난해 SM그룹에 인수된 지 1년 만에 또 벼랑 끝에 섰다. 따뜻하고(溫) 밝다(陽)는 이름 뜻과 달리 계속되는 불운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올해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군 인공지능(AI) 열풍이 전력인프라와 에너지주로 옮겨붙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AI 구동에 필요한 부품·장비주가 주목받았다면 이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AI 전쟁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전 산업군에 AI가 적용되면 결국 핵심 인프라에 따라 AI 성능과 활용 범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에 부상할 기업들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전기 먹는 하마 AI…관련 인프라 ETF 순항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30년 AI가 전 세계적으로 소비할 전력량은 1110.3테라와트시(TWh)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예상치인 87.9TWh의 약 13배에 달한다. AI를 학습시키고 운영하는 데 필수적인 데이터센터가 글로벌 전력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올해 2.3%에서 2033년 10.8%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통적 구글 검색이 건당 0.3와트시(Wh)를 소모하는 반면 챗GPT는 구글 검색의 10배인 2.9Wh를 소비한다. 이뿐만 아니라 AI에 각종 이미지 생성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텍스트 생성 대비 60배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AI에 대한 관심은 운영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 및 운영에 필요한 기업과 이들 기업에 투자하는 ETF가 성과를 내고 있는 배경이다. 미국 시장에 상장된 ‘어댑티브 셀렉트 ETF’(ADPV)의 3개월 수익률(10일 기준)은 16.9%, 6개월 수익률은 38.2%에 달한다. 이 상품은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혀줄 냉각장치를 공급하는 버티브홀딩스(비중 6.9%), 전기와 천연가스를 판매하는 비스트라에너지(6.8%) 등 미국 기업을 담고 있다.비슷한 국내 ETF로는 ‘KoAct 글로벌기후테크인프라액티브’가 있다. 최근 3개월간 22.9%의
미국의 인공지능(AI)발 전력 수요 급증과 노후 송·변전망 정비 등의 수혜로 국내 전력기기·전선 업체들이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해당 업종 기업의 주가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아직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AI와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라 전력 설비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력기기·전선 업체들의 주가 상승률은 연초 대비 평균 130%를 기록했다. 삼화전기가 연초 이후 지난 10일까지 301.8% 올라 전체 상장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대원전선이 295.9%로 그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제룡전기는 273.6%, HD현대일렉트릭은 218.7% 급등했다.이 같은 폭등세에도 증권가에서는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본다. 최근 AI 확대로 글로벌 전력수요 전망치가 상향되면서 전방업체들의 설비투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0일 ‘슈퍼사이클, 아직 반도 안 왔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15년 만에 도래한 전력산업의 확장 사이클은 교체 수요와 데이터센터 신규 수요가 함께 반영돼 과거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번 사이클은 적어도 2029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변압기와 전선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기기 강세 사이클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연구원은 다만 “해외 동종 기업 대비 전력기기 기업은 저평가돼 있는 반면 전선기업은 고평가돼 있다”며 ‘옥석 가리기’를 주문했다.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이 같은 종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