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23일 미국 주식시장이 전날에 이어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미·중 간 통상마찰에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긴축’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이번주 국내 증시가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3일 전날보다 424.69포인트(1.77%) 하락한 23,533.20에 마감했다. 전날 2.93% 급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갔다. 미국 나스닥종합지수와 S&P500지수도 전날보다 각각 2.43%, 2.10% 떨어졌다.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전일 대비 6.56% 오른 24.87을 기록했다. 지난달 중순 이후 한 달여 만에 최고치다. 김재홍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간 무역 전쟁이 예상보다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주식시장이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피지수는 23일 전날보다 79.26포인트(3.18%) 내린 2416.76에 장을 마쳤다.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스트래터지본부장은 “미·중 간 마찰은 Fed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한국 증시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며 “대미·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정보기술(IT)·철강·화학주 등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바닥’에 대한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상반기 중 국내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긴 어려울 것”이라며 “코스피지수는 연저점(2363.77)을 뚫고 2350선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 본부장도 “미국 다우산업지수가 지난주 5% 넘게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코스피지수도 이번주 2~3% 추가로 빠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회계 처리 불투명성’ 논란이 이어지면서 유가증권시장보다 더 흔들릴 위험이 있다는 게 증권업계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간 분쟁 우려가 수그러들면 주요 IT주를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업종이 완만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했다.

하헌형/노유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