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꼬이는 럭셔리 펀드
글로벌 명품기업에 투자하는 국내 럭셔리펀드들이 스위스 중앙은행의 최저환율제 폐지로 된서리를 맞았다. 일부 럭셔리펀드의 최근 1주일 수익률은 -2%대로 떨어졌다. 스위스프랑 강세로 스위스제 명품의 달러나 유로화 표시 가격이 올라갈 것이란 전망에 스위스 명품 기업인 리치몬트, 스와치 등의 주가가 3거래일 동안 최대 20% 급락해서다.

2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위스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리치몬트 주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중앙은행의 최저환율제 폐지 발표 이후 19일까지 17.47% 떨어졌다. 스와치 주가는 같은 기간 20.5% 급락했다. 리치몬트와 스와치는 스위스 국적의 명품 기업이다. 리치몬트는 몽블랑, 까르띠에, 피아제, 던힐 등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스와치는 오메가, 브레게 등의 명품 시계 전문업체다.

스위스는 유로화 통용국인 유로존이 아니다. 자국 화폐인 스위스프랑의 가치는 ‘달러 내지 유로당 얼마’ 식으로 표기된다. 최저환율제가 폐지되면 환율이 더 떨어질 경우(스위스프랑 가치가 더 오를 경우) 달러나 유로화로 표시되는 가격이 상승해 실적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닐 드웨인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유럽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리치몬트, 스와치 등 스위스 기업이 생산한 명품 가격이 올라가면 판매량이 줄면서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명품주의 급락은 럭셔리펀드들의 단기수익률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하락률이 스위스프랑 하락률보다 소폭 커서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전체 펀드 자산에서 리치몬트 주식에 투자한 금액 비중이 3.78%인 한국투자럭셔리1A의 최근 1주일 수익률은 -2.06%다. 리치몬트, 스와치 등에 투자한 다른 럭셔리펀드의 최근 1주일 수익률도 -0.31~-0.32% 수준이다. 럭셔리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스위스 명품주들의 펀드 내 투자 비중을 줄였다”고 말했다. 일부 펀드매니저는 “럭셔리펀드의 수익률에 중요한 것은 스위스 기업들의 주가보다 중국 등의 명품 소비가 얼마나 꾸준하게 이어질지 여부”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