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주펀드" vs "대형성장주펀드"

증권사들이 내놓은 올 하반기 펀드 투자전략이 경기 전망에 따라 제각각이어서 투자자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년 하반기에 경기 회복세가 완연해지며 증시가 조정을 마치고 상승 랠리를 펼칠 것으로 예상하는 증권사들은 대형성장주 펀드에 투자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반면 경기 회복세가 지지부진해 증시가 완만하게 상승하거나, 조정 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는 증권사들은 중소형주 펀드를 권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펀드 투자전략이 이처럼 엇갈리는 것은 하반기 경기 전망에 대한 예측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이지만, 비슷한 증시 전망에 추천 펀드가 반대인 경우도 있어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 경기 회복 부진땐 `중소형주 펀드'
중소형주 펀드를 추천하는 증권사들은 하반기에 경기가 완만하고 더디게 상승해 주가 상승 여력이 제한될 것이라며 중소형주 순환매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증권 오성진 WM컨설팅센터장은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타나는 가운데, 주가 조정이 이어지며 중소형주 위주 종목 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견딜 수 있는 소재 및 에너지 업종과 녹색테마주 비중이 높은 중소형주 펀드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소형주 상승 랠리로 인한 가격 부담에 단기 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정부 정책 수혜를 통해 기업 실적이 반영되는 시점에 실적 장세로 이어지며 관련 펀드 역시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오 센터장은 덧붙였다.

대우증권 이병훈 펀드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증시는 상승과 조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종목 장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중소형주 펀드가 증시의 상승과 하락기에 모두 유리한 만큼 중소형주 펀드 중심의 대응을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3년간 수익률을 봤을 때 지수 상승기에는 중소형주를 더 많이 편입한 펀드가 확연히 좋은 성과를 냈지만 하락기에는 수익률 차이가 크지 않은 가운데 대형주펀드와 중소형주펀드의 성과가 혼조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 경기 회복 완연땐 `대형성장주 펀드'
대형성장주 펀드를 추천하는 증권사들은 최근 국내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있어 하반기에는 실적 모멘텀이 나타나며 증시가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웰스케어팀장은 "증시가 최근 두 달간 횡보하며 가격 부담을 해소했다"면서 "내달부터 발표될 실적이 급격히 상향 조정되고 있는데 `깜짝실적'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증시가 한 단계 더 상승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증시가 한 단계 더 상승하면 기관 매수가 증가하고 외국인도 가담할 것이기 때문에 수급상 대형성장형 펀드가 유리하다"며 "녹색성장 테마는 앞으로도 지속되겠지만, 매물 부담이 커 하반기 안에 다시 불이 붙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하반기 국내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경기 회복이 한층 앞당겨져 증시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경기 회복 과정에서 가시화된 실적을 보일 수 있는 대형성장주 펀드에 대한 집중 투자가 적절해 보이며, 이는 외국인의 투자 패턴과도 일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각종 테마와 정책 수혜를 배경으로 단기 랠리를 벌였던 코스닥과 거래소 중소형주는 지난달부터 상승탄력이 대폭 낮아지며 조정 중"이라며 "단기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 등을 고려할 때 하반기 테마주 랠리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 같은 `진단'에 다른 `처방'도
전반적으로 올 하반기 경기 회복 속도와 증시 상승 정도에 따라 증권사들의 펀드 투자전략이 갈리고 있지만, 부분적으로는 같은 진단을 놓고 다른 처방을 내는 경우도 눈에 띈다.

대우증권 이 애널리스트는 올 3분기까지 증시 상승을 예상하면서도 중소형주 펀드가 상승. 하락기에 모두 유리한 만큼, 수익률을 고려한다면 중소형주 펀드 중심의 대응을 권한 반면, 하나대투증권 김 팀장은 증시가 한 단계 더 상승하면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대형성장주 펀드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현대증권 오 센터장은 정부 정책의 수혜를 통해 기업 실적이 반영되는 시점에서는 실적 장세로 이어지면서 관련 중소형주 펀드 역시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 반면, 굿모닝신한증권 이 팀장은 경기 회복 과정에서 가시화된 실적을 보일 수 있는 대형성장주 펀드에 대한 투자를 권하는 등 엇갈린 처방을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