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불안의 여파로 한국증시가 추락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6일 오후 2시 현재 840선을 뚫고 내려와 830선을 무너트릴 기세다. 코스닥시장은 큰 폭으로 떨어지지는 않고 있으나 힘없는 횡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불안은 ▲미국경기가 기대에 못미치면서 뉴욕증시가 흔들리고 있는데다 ▲외국인들이 9일연속 순매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들의 매수세가 약해졌고 ▲9일 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불안심리가 장을 짓누르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종합주가지수는 800선, 코스닥지수는 70선 안팎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그러나 증시가 추세적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조정을 거친 뒤 다시 올라갈 것이라는 뜻이다. 반등시기는 2.4분기 실적이 나오기 시작하는 다음달 초로 예상했다. 따라서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는게 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 흔들리는 미국 경기와 증시 한국증시 하락의 핵심요인은 미국 경제와 증시의 불안이다. 지난 주말 미국의 4월 실업률은 6.0%로 발표됐다. 3월의 5.7%보다 0.3%포인트나 상승한 것으로 8년여만에 최고수준이다. 시장예상치 5.8%보다도 높아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이에 앞서 나온 경기지표도 미국 경제의 불안감을 높였다. 1.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5.8% 성장했으나 재고조정분 3.1%를 빼면 2.7%에 불과했다. 공급관리연구소(ISM)제조업 지수는 3월에 55.6으로 높아졌다가 4월 53.9로 하락했다.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도 3월 95.7에서 4월 93.0으로 떨어졌다. 이와 함께 지난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4.1%였던 경상수지적자는 내년에 6%까지 올라갈 것으로 모건스탠리는 전망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에 따른 달러화 약세는 주식시장의 자금 이탈로 이어지는 만큼 미국증시의 악재다. 달러약세는 원화가치 상승을 뜻하는 만큼 한국의 수출기업에 적지않은 부담이 된다. 이밖에 1.75%인 미국연방기금금리가 연말에 3.25%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과 중동사태, 아르헨티나 위기 등도 월스트리트의 투자분위기를 냉각시키고 있다. ◆ 우리 증시 수급균형 깨져 미국 경제와 증시의 불안은 곧바로 우리 증시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증시는 9.11테러직후 6개월동안 숨가쁘게 상승한 만큼 조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시장 불안은 주식 수요를 크게 떨어트렸다. 외국인들은 거래소시장에서 9일연속 순매도하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 이날 오후 2시까지 외국인 순매도금액은 모두 1조400억원에 이르렀다. 게다가 주식형수익증권으로의 자금유입이 줄어들면서 기관투자가들도 매수의 힘을 잃고 있다. 개인투자자들만이 매수에 나서고 있으나 장을 지탱하기엔 역부족이다. 또 1조800억원에 이르는 매수차익잔고도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중 9일의 옵션만기일을 전후해 5천억원 안팎이 청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올들어 시장을 주도적으로 끌어올렸던 반도체가격 상승세마저 급락세로 돌아선 상태다. 128메가 D램의 가격은 올들어 4.38달러까지 올라갔다가 최근에 2.70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삼성전자와 관련업체들의 주가하락으로 이어졌다. 증시를 끌어올리는 선도주가 없어진 셈이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마디로 주가는 경기회복을 전제로 상승했는데 예상만큼 경기회복이 이뤄지지 않아 떨어지고 있다"면서 "2분기 성장률은 1분기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수 800선까지 하락전망 우세 종합주가지수는 800선, 코스닥지수는 70선 안팎까지 밀릴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그러나 추세적인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2.4분기에는 미국과 한국기업들의 이익증가율이 둔화되더라도 3.4분기후에는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미국경제는 현재 기대치에 못미치고 있을 뿐,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른바 '더블 딥' 등 심각한 침체로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견해가 많은 편이다. 김석중 교보증권 리서치담당 상무는 "나스닥시장은 추세적 하락세로 돌아섰다기 보다는 1,500∼1,700선의 박스권에 갇혀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종합주가지수도 800선 아래로 내려올수 있으나 다시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좀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경신 브릿지증권 리서치담당 상무는 "종합주가지수 20일 이동평균선이 이미 고개를 숙인 상태"라면서 "주가가 이번주중에 20일선을 뚫고 올라가지 못하면 추세적 하락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장세에서는 가능한한 관망하는게 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했다. 매매를 원한다면 단기적으로 실적호전 중소형주, 장기적으로는 경기관련 대형우량주를 사라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