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체력저하가 달러화 약세로 불거졌다. 달러화 가치는 미국 경제가 기력을 되찾기 전에는 하향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달러화는 지난 주 거래량 가중치 평균으로 2% 하락했다. 외국인의 지난 금요일 대거 순매수는 일시적인 '착시'에서 비롯됐다. 이날 외국인은 외화부채가 많은 종목의 비중을 높이는 등 약한 달러의 긍정적인 측면에 더 비중을 두었다. 반면 같은 요인을 안은 일본 증시는 수출 기업이 밀리면서 지난 금요일까지 사흘 내리 떨어졌다. 약한 달러가 미국의 수출을 북돋워 경기를 끌어올릴 확률은 크지 않다. 미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데다 다른 지역도 침체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달러 약세는 허약해진 미국 경제가 겉으로 드러낸 현상일 뿐이다. 부문별로 주는 득실은 갈리지만 실물경제의 전체적인 흐름을 돌리는 요인은 아니다. 경기 하강이 환율을 통해 드러나고 보정되는 경로는, 존재하긴 하나, 다른 요인과 마찬가지로 목표 지점에 이르기까지는 시일이 걸린다. 반면 금융시장에서는 해외자본이 이탈하면서 주식과 채권 값이 동반하락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출렁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달러 약세를 경고한 지난 수요일, 나스닥지수는 2.32% 떨어졌고 채권 수익률은 10년 만기 재부무채권 기준 4.96%에서 4.99%로 올랐다. 달러가 '고정 변수'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서 통화정책의 여지를 좁혔다. 달러화는 그동안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에 무관하게 움직여왔다. 이젠 고삐가 풀렸다. 오는 21일 화요일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0.50%포인트(50bp)를 삼가야하는 까닭이다. 연방기금금리를 50bp 낮출 경우 달러가 폭락하며 금융시장의 대혼란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금리인하 폭 전망은 25bp가 대세인 가운데 연방기금금리 선물에서는 50bp의 가능성이 16% 반영됐다. 지난 주 국내 증시에서 거래소 종합주가지수는 580.99에 마감, 25.65%, 4.61% 올랐다. 코스닥지수는 69.14로 0.07포인트 약보합에 머물렀다. 미국 증시는 반면 다우존스지수가 10,240.78로 1.7%, 나스닥지수는 1,867.01로 4.6% 떨어졌다. 수요일에는 달러와 함께 내리더니 금요일엔 수출 감소와 무역수지 적자 확대가 지수를 침몰케했다. 컴퓨터, 자동차, 의류유통 등 업종에서 수익저조 경고와 감원계획도 잇달았다. 금리인하 기대는 목요일 소폭 반등에만 기여했다. 이번 주 국내 증시는 지난 금요일 나스닥 1,900선 붕괴 충격을 소화하는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매수는 충분히 내려 지지선이 확인된 연후로 미루기를 권한다. 유동성을 기대한 건설, 은행, 증권 등 매수세는 일단락됐다. 유동성 기대가 주식시장 내부에서만 맴돌았을 뿐, 투신의 주식형 상품이나 고객예탁금은 이렇다할 징후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미국 기업의 수익은 오는 4/4분기에도 부진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전망이다. 톰슨 파이낸셜/퍼스트콜에 따르면 S&P 500 지수 편입 종목의 3분기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4%, 4분기 수익은 1.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주가는 수익에 비해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 S&P 500 기업의 주가수익(PE) 비율은 지난 7월말 기준 27로 1,870년 이래 평균 14.5의 두 배에 이른다. 주요 변수를 살펴보면, 월요일에는 컨퍼런스 보드의 7월 경기선행지수가 나온다. 경기선행지수는 6월까지 석달 연속 상승하면서 열달째 감소한 산업생산과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화요일에는 한국은행이 2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를 발표한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3.7%로 집계됐다. 2분기는 3%를 밑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요일 워싱턴에서는 FOMC가 열리고 반도체장비 주문 출하비율이 발표된다. 목요일에는 주간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금요일에는 7월 내구재주문과 신축주택 판매동향이 나온다. 한경닷컴 백우진기자 chu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