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식수급조절은 마치 댐수위를 조절하는 치수정책과 같다.

상류댐의 방류량이 많으면 하류댐은 공급과잉으로 무거운 하중을 받게
된다.

방류량을 조절해 적정수위를 유지하는 게 수급정책의 최대과제다"
(대우경제연구소 신성호연구위원)

"현재로선 지난해 5월27일 발표된 증시안정대책이 수급정책의 기본골격을
이루고 있다.

물론 시장상황에따라 신축적으로 공급물량을 조절할 계획이다.

주식시장이 자생력을 잃었을 때는 공급물량 축소와 기관매수우위의 유지,
증시안정기금의 개입등 인위적인 조치가 불가피한 것 아닌가"(재정경제원
김규복증권제도담당관)

주식수급정책을 둘러싼 업계의 요구가 큰만큼 정책당국의 어려움도 크다.

주식시장이 침체될수록 수급정책은 더욱 어려운 숙제로 남는다.

그러나 정책당국입장에서는 공급물량조절이 우선 손쉬운 증시안정책으로
꼽힌다.

그래서 증시가 침체될 때마다 공급억제책이 1단계 증시안정책으로 나오곤
한다.

증권전문가들은 지난 89년 4월이후 주가의 대세하락을 정부의 수급정책이
실패한 대표적 사례로 꼽는다.

지난 88년 10월부터 경기하강국면에 돌입해 주가하락을 예상할 수 있는데도
89년에 공기업민영화 금융기관증자등 무려 14조원이 넘는 주식을 공급해
주가하락이 가속화됐다는 얘기다.

올림픽이후 경기하강 국면인데도 88년말 금리자유화를 통해 돈을 풀어
인위적으로 주가를 올린 듯하다는 지적도 있다.

쌍용투자증권 홍성태투자분석부장은 "89년 4월이후 주가하락은 올림픽이후
경기하강에도 불구하고 주식공급을 늘린 정부의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자본조달시장의 칼자루를 쥔 정부가 칼을 써야 할때 쓰지 못한 꼴이 된
것이다.

이때문에 올해 정부의 주식수급정책도 "신축적"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올해 주식공급물량은 6조5천억원수준이다.

정부가 약세장에서 공급물량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현재 정부와 공기업이 보유중인 주식은 한국통신 외환은행 국민은행
대우중공업 새한종금 한국이동통신은 모두 6조8천억원수준에 이른다.

이밖에 기업공개물량도 적지 않다.

주택은행의 공개가 이달말로 예정됐지만 LG반도체 현대전자 현대중공업등
대형기업의 공개물량만도 1조원 가까운 수치다.

정부가 공급을 억제하면 기업은 자본조달 기회를 잃게 된다.

공기업민영화와 기업들의 자본조달욕구를 어느 수위까지 신축적으로
조절해야 할지는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공급억제책보다 더욱 어려운 숙제가 주식수요기반의 확충이다.

지난해 5.27조치에서도 증시안정기금의 주식매입이라는 직접적인 시장
개입과 증권거래세율 인하등 수요측면의 대책이 발표됐다.

증권전문가들은 지난해 10월말 비자금파문이후 허약해질대로 허약해진
현재의 주식시장을 공급억제책으로 안정시킬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측면에서의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증권업계에서는 <>배당소득의 분리과세 <>유가증권 상속증여시 과세표준의
하향조정 <>주식 장기보유자에 대한 세제지원의 투자자들에게 과세상의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금융기관의 유가증권 담보대출 활성화 <>카드사 기업체등 기관투자가
범위의 확대<>증권저축 가입범위의 확대 <>유통금융의 조기재개 <>증권사
수신상품의 다양화등으로 장기적으로 주식수요를 넓혀 나가야 한다고 요구
하고 있다.

LG증권김기안투자전략팀장은 "오는 5월에 해체되기로 돼있는 증시안정기금
문제도 정부의 수급정책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직접적인 시장개입보다는 시장의 자율성을 제고할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러가지 경제여건과 재료에 의해 주식시장은 홍수가 나거나 가뭄이 들게
마련이다.

정책당국자들에게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요임금의 치수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최명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