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현대조형작가상"수상을 기념해 20일부터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첫 개인전을 갖는 윤보숙씨는 얼굴만을 그리는 작가다. 지난 10여년간 그려온 "얼굴"시리즈중 2백호크기 내외의 대작 20여점을 내놓는다. 얼굴 이미지를 한 화면에 동시에 배열함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동일한 공간에 시각화한 추상표현주의 작품이다. 여성작가인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연세대에서 아동학을 전공하고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영문학 석사를 취득한 후 돌연 화가의 길로 돌아섰다. 지난해 조선대 미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올해 홍익대 대학원에 입학했다. 그가 전공을 바꾼 것은 우연히 이뤄진 게 아니다. "조선조 남화(南畵)의 시조인 공재 윤두서라는 분이 선조예요. 어려서부터 가문으로 내려오는 선대 문인들의 그림이 알게 모르게 몸에 익게 됐죠. 그런 집안 분위기가 나중에 발동해 화가로 길을 바꾼거죠"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얼굴이 선조 윤두서의 자화상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공재의 자화상을 형상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해체시키고 감성적인 터치와 색채의 자유분방한 구성으로 새로운 인물형을 창조해 낸다. 그래서 명암도 볼륨도 형태도 무시된 채 오직 인물의 분열된 강렬한 이미지만 존재한다. 최근작으로 올수록 작가 내면의 세계를 표출시키려는 듯 추상표현주의 성향으로 기울고 있다. 얼굴이라는 대상의 객관적 묘사를 배격하고 주관적인 심상의 이미지로 화면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초대형의 화포를 작업실 바닥에 펼쳐 놓고 대걸레로 그림을 그린 뒤 그림틀에 맞춰 작업을 완성한다. 그렇다고 그의 화면은 일부 추상표현주의 작품에서 드러나듯 감정을 역동적으로 표출한 것은 아니다. 작가 스스로 밝히듯 동양적인 직관과 관조의 태도로 바닥에 깔려있는 화포를 응시하면서 거의 무의식적으로 손을 놀려 작업을 한다. 26일까지. (02)736-1020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