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293 vs 한국 165'…中 인해전술에 삼성·LG '직격탄'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중국 1293 vs 한국 165'

중국 가전업계가 심상찮다. 삼성전자·LG전자의 '텃밭'을 야금야금 점령해가는 조짐이 엿보인다.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3'에선 중국 가전업계의 이 같은 전략이 두드러진다. 중국 업체들은 '인해전술'을 바탕으로 전 세계 시장에 뻗어나갈 기세다. IFA 2023에 참가하는 업체는 총 2059개사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293개사가 중국 업체다. 한국 165개사보다 7배 이상 많고 미국(61곳)보다는 20배나 많다.

중국 가전업계의 기세는 IFA 2023 개막 날인 1일부터 포착됐다. 중국 업체 대표들이 IFA 2023 기조연설자 자리를 꿰찬 것이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아너의 조지 자오 최고경영자(CEO)와 중국 가전업체 하이센스의 피셔 유 CEO가 나란히 무대에 선다. 아너는 이번 전시회에서 폴더블폰을 선보인다. 아너는 올해 7월에 폴더블폰 '매직 V2'를 공개했다. 접었을 때 두께가 10mm도 안 되는 얇은 스마트폰이다.

중국 가전업체인 TCL은 여러 TV 신제품을 공개한다. 이달 유럽에서 출시하는 98인치 LCD TV인 '98P745'도 공개했다. 이 제품은 2800유로(약 400만원)에 불과하다. 통상 한국 제품 가격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TCL은 2022년부터 90인치 이상 초대형 TV를 시장에 출시하면서, 내수 시장 공략에 힘입어 98인치 TV 부문 출하량으로 시장 1위에 올랐다. 하이센스가 최근 호주 등에 출시한 98형 4K 미니유기발광다이오드(LED) 제품인 '98U7H'는 출하가가 8000달러(약 1050만원)가량이다.

IFA 2023에서 포착된 중국 가전업계의 파상공세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판매금액기준 TV 시장 규모는 전년 상반기보다 4.3% 감소한 454억6874만달러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1.2%, 16.2%를 나타냈다. 시장 1, 2위 입지를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지켰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작년 동기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LG전자는 1.2%포인트나 떨어졌다.

두 회사의 점유율을 갉아 먹은 것은 중국 업체들이었다. 중국 TCL과 하이센스는 올해 상반기 금액 기준 TV 시장 점유율이 각각 10.2%, 9.5%를 나타냈다. 각각 시장 3, 4위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각각 1.5%포인트, 1.3%포인트 상승했다. 5위인 일본 소니의 점유율도 7.4%에서 5.7%로 1.7%포인트 하락했다.

베를린=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