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사진=한경DB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사진=한경DB
신세계그룹이 연 3만원의 유료 멤버십 카드를 올 7월께 선보인다. 이마트, G마켓, SSG닷컴, 스타벅스,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면세점 등 6개 그룹 계열사 혜택을 한데 모은 카드다.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을 통해 국내 1등 리테일러(retailer)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전략이자, 초(超)개인화를 위한 첫 단계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일 벗는 신세계 유니버스

17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S6’의 출시 예정일은 7월 초다. 현재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신설될 유료 멤버십 카드의 작명을 공모로 진행 중이다. 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유료 회원제는 처음”이라며 “일차적으로 400만명 정도의 회원을 모집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G마켓 스마일클럽의 유료 회원이 400만명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그룹 계열사에 새로 편입된 지마켓글로벌의 멤버십 회원을 탄탄히 묶어둠으로써 ‘셀러’ 유입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가입 고객은 6개 기업 중 사용 빈도가 높은 곳을 하나 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예컨대 G마켓으로 정하면 G마켓에서만 연간 3만원 이상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나머지 5개 사에서도 각종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은 정용진 부회장이 일관되게 추진해 온 ‘최종 병기’다. 신세계는 온오프라인 유통을 모두 갖고 있는 기업이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기반으로 쿠팡플레이, 쿠팡뷰티, 쿠팡트래블 등 여러 서비스를 내놓으며 종적인 연결을 시도하고 있는데 비해 신세계는 이미 각 유통채널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계열사들을 횡적으로 연결하기만 하면 고객 경험치를 최상으로 끌어올 수 있다.

7월에 ‘S6’를 내놓겠다는 건 신세계그룹이 확실한 돌파구를 찾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만 해도 백화점과 면세점이 전혀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각자도생한다”며 “이 과정은 일종의 국가 간 연합만큼이나 힘들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유럽연합만 해도 영국은 그리스 같은 나라에 자국민의 세금이 왜 쓰여야 하냐며 반발, 결국 EU를 탈퇴했다. 통합 멤버십을 만들 때 그룹 계열사 간 심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KT, 대한항공 등 멤버십 우군 확보에도 총력

신세계그룹은 계열사 6곳의 횡적인 연결에 더해 ‘신세계 연합군’ 결성에도 속도를 낸다. KT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데 이어 대한항공과도 멤버십 협력을 추진한다. 그룹 관계자는 “유료 멤버십 서비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의 쇼핑 데이터를 결합한 초개인화”라며 “통신, 여행 등 신세계가 갖고 있지 않은 다양한 소비 분야와 관련해선 기업 간 동맹을 통해 생태계를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연합 전략의 시초는 2021년 3월 네이버와의 지분 교환이다. ‘반(反)쿠팡 동맹’이라는 평가 속에 정 부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의기투합했다. 다만, 이번 멤버십 협력에 네이버는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SSG닷컴과 G마켓의 통합 멤버십 카드가 나왔을 때도 네이버와의 연계는 없었다.

신세계그룹의 이 같은 ‘일보 전진’은 숙명의 라이벌인 롯데그룹 유통 부문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백화점, 마트, 슈퍼마켓 등을 운영하는 롯데쇼핑과 롯데홈쇼핑, 롯데면세점 등 유통의 핵심 계열사들이 별다른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제각각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세계 역시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6개 계열사가 통합 멤버십을 통해 매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며 “문제는 소비자 혜택으로 지출되는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 지에 관한 공정한 계산법을 어떻게 도출해낼 수 있느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