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가장 맛있답니다"…쿠팡이 탐낸 사과의 정체는?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과일 수입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이 접할 수 있는 수입 과일의 종류가 점차 늘고 있다. 국내 농가들은 ‘신품종’ 재배를 통해 수입 과일의 공세에 대응중이지만 품종 개발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국산 신품종이 시장에 침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신선과일 유통회사 H&B아시아는 이 시차를 노려 ‘엔비사과’를 통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산과일 프리미엄화 가속

1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과일의 수입액은 14억8421만달러로 전년(2020년) 13억 2602만달러보다 11.9% 늘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추세가 ‘국산 과일의 프리미엄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국산 프리미엄 과일에 대한 수요도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GS리테일에서 운영하는 GS프레시에 따르면 사과 카테고리에서 엔비사과의 매출 비중은 2019년 1~2월 10.2%에서 올해 36.1%로 늘었다. 이 기간 매출은 3배 증가했다. 엔비사과의 경우 kg당 1만8000원원 정도로 홍로사과(kg당 약 6000원)보다 세 배 가량 비싸지만 수요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1985년 뉴질랜드 농업진흥청이 개발한 엔비사과는 세계적으로 ‘후지사과 이후 100년만에 나온 가장 맛있는 사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 사과의 평균 당도가 12~13브릭스인데 반해 엔비사과 당도는 15∼18브릭스로 사과 전 품종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과육이 단단해서 상대적으로 무겁고 쉽게 갈변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10개국에서만 재배된다.

독점유통사 H&B아시아...올해 쿠팡까지 진출

김희정 대표는 2006년 H&B아시아를 설립하고 뉴질랜드 농업기업인 T&G사와 독점 마케팅 계약을 맺어 엔비사과의 국내 재배 및 아시아 독점 유통권을 따냈다. 제스프리에서 10년간 마케터로 근무하며 쌓은 네트워크가 도움이 됐다. 김희정 대표는 “과일 유통 사업은 생산자와 유통자 간 품질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신규 사업자의 진입 장벽이 높다”며 “엔비사과의 경우 국내 사과 생산량의 3~5%를 유지해 농가의 수익을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샤인머스캣 사례처럼 농가들이 인기 작물 재배를 늘려 오히려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을 정부가 나서서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희정 H&B아시아 대표(사진=H&B아시아)
김희정 H&B아시아 대표(사진=H&B아시아)
H&B아시아는 충남 예산, 충북 보은, 강원 홍천의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된 엔비사과 전량을 수매한다. 이마트, 코스트코, 마켓컬리 뿐만 아니라 올해부터는 쿠팡의 ‘러브콜’을 받아 납품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엔비는 다른 사과 품종에 비해 열매가 많이 열리고 출하 시 색택 기준이 낮아 재배 과정에서 인건비 부담이 덜하다”며 “판로 확보는 물론 전량 수매를 통해 농가가 수익을 예측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회사 매출은 2018년 486억원에서 올해 850억원 가량으로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김 대표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강원 양구, 충남 예산에 직영 농가를 설립했다. 농법 연구 결과를 계약 농가와 공유하고 안정적으로 사과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직영 농가에서 귀농민이나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고 엔비사과 재배 면적을 지금의 두 배인 500헥타르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코스믹 크리스프, 피조아 등 해외에서 이미 유통중인 신품종 과일도 적극적으로 들여올 계획이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