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입사를 꿈꾸며 대학에 진학했지만 일반 대기업 경영직군 취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과 선배들이 코로나19 기간 실업자가 되는 모습을 보니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호텔경영학과 졸업생 하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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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과 함께 방문객이 늘어나며 호텔업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구직자들은 호텔업계 입사를 꺼리고 있다. 팬데믹 기간 호텔업 종사자들이 직장을 잃는 모습을 보며 '호텔업은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업종'이라는 인식이 생긴 탓이다. 저임금 등 열악한 처우 문제 역시 호텔업계 구인난의 요인으로 꼽힌다.

구인 공고 58% 늘었지만…지원건수는 61% 감소

20일 <한국경제신문>이 취업 포털 인크루트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8월 호텔업 채용 공고 수는 18만1064건으로, 2020년 같은 기간 (11만4213건)대비 58% 증가했다. 반면 구직자의 지원건수는 2020년 66만741건에서 올해 26만562건으로 61% 감소했다.

구직자들 사이에서 호텔업종의 인기가 떨어진 건 팬데믹 기간 호텔업이 영업에 큰 타격을 받으며 불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인식이 생긴 영향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관광산업위원회가 발표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텔업장의 평균 근로자 수는 2019년 3월 68명에서 2020년 9월 52명으로 줄었다.

인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방문객들이 몰리다 보니 재직자들의 업무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 한 고급호텔에서 8년째 고객 응대 업무를 하고 있는 A씨(33)는 "업무가 3교대로 이뤄지는데 근무자가 적어 교대 작업과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회사가 채용공고를 계속 올리고 있지만 쉽사리 직원이 뽑히지 않는다"며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새벽 1시 잠들기 전에 현장에서 급히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오기도 했다 "고 덧붙였다.

월 임금총액 160만원…열악한 처우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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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근무 강도 대비 임금이 낮다는 점도 구인난의 이유로 꼽힌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2021 산업별 임금 및 근로시간'에 따르면 지난해 숙박 및 음식점업의 월 임금총액은 160만원으로 전체 18개 산업군 가운데 가장 낮았다. 임금 수준은 18개 산업의 평균 월 임금총액(348만3000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쳤다.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직을 택하는 사례도 나온다. 올해 서울의 한 5성급 호텔에 입사한 백모씨(26)는 "업무 강도가 높으면 그만큼 보상도 커야 하는데 완전 정반대의 상황"이라며 "더 좋은 호텔로 이직한다고 해도 근무환경은 비슷할 것 같아 호텔업이 아닌 다른 업계로 취직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인력난이 장기화하며 서비스 품질 저하로도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한 고급호텔업계 관계자는 "업장 예약을 위해 전화를 수십 번 해도 직원과 통화하기 어렵다는 소비자 불만이 자주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호텔을 이용하는 사람은 많은데 서비스를 제공할 사람은 적다보니 전반적으로 서비스 품질이 낮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업계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열악한 근무환경마저 개선되지 않으면 업계의 구인난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충범 세종대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호텔업계가 겪고 있는 인력난은 고질적인 문제가 터진 것"이라며 "처우가 안 좋다보니 팬데믹 기간 동안 다른 업계로 떠난 사람들이 호텔업계로 돌아올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MZ(밀레니얼+Z)세대는 삶의 질을 중요시 여기다 보니 업무 강도가 높은 호텔업에 대한 기피 현상이 특히 심화하고 있다"며 "학생들 중에서도 이 문제로 진로를 고민하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