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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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뇌관(雷管)으로 떠오른 가운데 전체 가계부채 중에서 2030 청년층의 빚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분기 역대 최고치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규모가 청년층보다 큰 40대·50대는 가계부채 비중이 줄고 있는 점과 대조적이다. 금리는 오르고 자산 가치가 계속 하락하는 상황 속에서 사회에 막 진출한 청년층의 가계부채 규모가 과도하게 불어나지 않도록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가계부채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체 가계부채 가운데 '30대 이하' 연령층의 가계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7.5%로 지난해 말 27.1% 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2012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1분기 기준 가장 높은 수치이자, 모든 분기를 통틀어 역대 최고를 기록한 작년 3분기(27.5%)와 같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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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이하의 가계부채 비중은 2018년 25.6%에서 2019년 24.9%로 낮아졌지만,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2020년 27.0%로 치솟았다. 2020년 주식 가격이 폭락 후 급등하는 과정에서 청년층 사이에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가 늘었고, 집값 상승에 불안감을 느낀 2030 세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매 현상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후 30대 이하의 가계부채 비중은 지난해 27.1%로 올랐다가 올 1분기 추가적으로 올랐다.

반면 전체 가계부채 가운데 40대와 50대의 빚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었다. 40대 비중은 2020년 28.2%에서 지난해 29.0%로 늘었지만 올해 1분기 28.0%까지 떨어졌다. 50대 비중은 2018년 28.1%에서 2019년 27.8%, 2020년 25.9%, 지난해 25.4%로 줄더니 올 1분기에는 지난해와 같은 25.4%를 유지했다.

가계부채 총액은 지난 1분기 1862조9000억원에서 2분기 1869조4000억원으로 6조4000억원(0.3%) 늘었다. 2분기 가계부채 총액을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하면 3.2% 증가했다. 지난해(7.7%)와 2020년(8.1%)의 연간 가계부채 증가율에 비하면 최근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줄긴 했지만, 계속 불어나고 있는 추세는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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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2030 세대의 가계부채 비중이 더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청년층의 부동산 관련 대출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청년층의 전세자금 대출과 주택구입자금 대출이 계속 늘고 있다"며 "특히 전세대출은 자산 가격 하락기에도 추세를 타고 계속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최근 청년층 가계부채 현황 및 평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2030 세대의 가계부채 가운데 전세자금대출 비중은 25.2%로 다른 연령층 평균(7.8%)을 크게 상회했다.

한병도 의원은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한 정부의 대출 지원 프로그램이 확대된 점이 2030 세대의 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패닉바잉·빚투를 예방하지 못한 점도 청년층 빚 폭증의 주된 원인"이라며 "사회 진출 초기에 빚 부담이 과도하게 커지면 생애주기 전반의 소비가 제약되는 만큼 정부는 청년층 빚 증가 속도를 조절하는 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60대 이상 연령층의 가계부채가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말 18.5%에서 올 1분기 말 19.0%로 0.5%포인트 늘었다. 이는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60대 이상 인구가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