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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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은행이 해외 사업에서도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해외 법인 순이익이 6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전환 효과 속에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텃밭인 동남아시아 지역은 물론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순이익이 늘었다.

텃밭 ‘동남아’ 고공행진

동남아 잡은 시중은행…해외법인도 '최대 실적'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올 상반기 해외 법인 순이익은 4082억5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보다 31.1% 증가했다.

해외 법인 순이익이 가장 많은 곳은 신한은행이었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10개 해외 법인에서 1928억500만원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동기에 비해 59.8% 늘어난 수치다. 신한베트남은행이 전년 동기 대비 47.5% 증가한 86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신한은행은 1993년 국내 금융회사 중 가장 먼저 베트남에 진출해 외국계 은행 중 가장 많은 46곳의 지점을 운영 중이다. 일본 법인인 SBJ은행도 상반기 순이익이 51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2% 늘었다. 베트남과 일본이 전체 해외 법인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베트남은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 등 리테일 대출자산 성장으로 수익이 늘었다”며 “SBJ은행도 주택론과 기업금융 위주로 견고한 성장 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상반기 11개 해외 법인에서 1276억5200만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7% 늘었다.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3대 법인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증가율은 베트남(238억원)이 128.5%로 가장 높았고 캄보디아(299억원)와 인도네시아(238억원)가 각각 43.3%와 35.6%로 뒤를 이었다.

영업력을 강화해 대출자산이 증가한 데다 기업금융 전담역(RM) 등을 채용해 기업금융을 확대한 게 효과를 봤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미국(148억원)은 물론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107억원)에서도 수익을 냈다. 서방의 경제 제재로 금융거래가 어려워진 러시아 진출 한국 기업들이 우리은행과의 거래를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銀 캄보디아 ‘껑충’

국민은행도 상반기 6개 해외 법인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7.5% 늘어난 427억2200만원을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해외 진출이 다른 은행보다 늦어 해외 순이익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 캄보디아 법인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가 작년 상반기보다 34.3% 증가한 121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프라삭의 캄보디아 소액대출 시장 점유율은 44.6%로 1위다. KB캄보디아은행 순이익도 52.6% 늘어난 77억원이었다.

하지만 2020년 최대주주에 오른 인도네시아 법인인 부코핀은행은 상반기 743억원의 순손실을 봤다. 건전성 관리를 위한 부실 여신 정리와 현지 금융당국(OJK)의 권고에 따른 충당금 추가 적립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하나은행의 상반기 9개 해외 법인 순이익은 450억73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9% 감소했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 봉쇄’ 여파로 영업에 타격을 받은 중국 법인 순이익이 전년보다 85% 급감한 탓이다. 다만 하나은행은 2대주주인 베트남 투자개발은행(BIDV)에서 1037억원에 달하는 지분법 이익을 내는 등 상반기 해외 사업에서 전년보다 23.8% 늘어난 32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