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지만 원·달러 환율 급등세는 주춤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Fed가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외환시장은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 우려가 사라진 점에 더 주목하는 모습이다.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은 사실상 예고된 일로 이미 환율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5일 “최근 원·달러 환율은 1260원대와 1270원대를 오갈 정도로 치솟았지만, 막상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발표된 이후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환율은 1250원대 초반까지 내려왔다”고 전했다.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전날 대비 0.81% 하락한 102.61을 기록했다.

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린 건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 자산의 상대적 수익률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외국인 자금의 한국 이탈과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정작 금리 인상 발표 이후 환율 급등세가 주춤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건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또 “자이언트스텝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도 원·달러 환율 급등세를 진정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달러 환율은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최근 급격하게 올랐다”며 “0.5%포인트 인상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달러 가치에 대부분 반영됐기 때문에 환율은 1200원대 후반의 고점을 찍고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Fed가 본격적으로 긴축에 나서고 달러 강세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환율이 빠르게 하락할 가능성도 작다는 분석이 많다. 파월 의장이 추가로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환율 상승 압박이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미국의 최종 금리 인상폭에 대한 윤곽이 어느 정도 잡혀야 환율도 하락세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박의명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