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대(對) 러시아 수출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자동차 업계는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발발할 경우 현지 내수 감소와 부품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대책 마련을 건의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러시아 수출 절반가량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 차지했다. 자동차는 지난해 연간 24억9600만달러(약 3조원)어치를 수출했다. 자동차 부품은 14억5400만달러(1조7400억원)를 수출해 2위를 기록했다. 자동차와 관련 부품이 러시아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9.2%와 15%로 차 관련 품목이 전체의 44%에 달한다.

협회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국지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러시아 현지 내수 판매가 10%가량,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에는 약 29%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약 23만대를 생산했다. 현지 판매 법인을 통한 자체 생산분과 수출 물량을 더해 지난해 기아 20만6000대, 현대차 17만2000대 등 총 38만대 가까이 판매했다.

수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현대차는 3만8161대, 기아는 5만1869대를 기록했다. 국내 완성차 전체 수출 물량 중 대 러시아 수출 비중은 4.5%가량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현대차 공장. 사진=현대차 제공.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현대차 공장.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 우려가 있는 국경으로부터 약 1200km 떨어져 있어서 직접적 피해 지역은 아니지만, 현지 공장이 유럽으로부터 부품을 공급받는 만큼 러시아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 제재를 받게 되면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인근에 위치한 슬로바키아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있어서다. 국경이 폐쇄될 경우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쌍용차의 대 러시아 수출은 2014년, 대 우크라이나 수출은 2017년 이후 각각 중단된 상태지만 협력사를 통해 우크라이나로부터는 알루미늄 등 원자재를, 슬로바키아로부터는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이에 따라 협회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품목에 대해 한시적으로 긴급할당관세를 적용하고, 대 러시아 수출 제재로 피해를 보는 기업에 대해선 유동성 지원을 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