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다산금융상] 코로나 위기에 빛난 '특급 소방수'…모험자본 공급도 앞장
제31회 다산금융상 시상식이 4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다. 다산금융상은 금융위원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우수한 성과로 금융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금융인과 금융기업을 표창하기 위해 1992년 제정했다. 올해 대상으로 선정된 윤종원 기업은행장을 비롯해 부문별 수상 회사를 소개한다.
윤종원 행장
윤종원 행장
윤종원 행장은 2020년 1월 취임한 이후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 대출을 크게 확대하는 등 ‘특급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3분기까지 1조826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해 중소기업 지원과 경영 성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52조 신규 대출…특급 소방수 ‘톡톡’

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중소기업에 신규로 대출한 금액은 총 52조1000억원에 달한다. 성장성이 높은 창업기업에 19조8000억원, 소재·부품·장비산업에 20조9000억원을 빌려줬다. 영세 소상공인에게는 14조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 대출상품의 비대면화로 신속한 자금 집행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유예 실적도 컸다. 기업은행이 지난해 10월까지 만기를 연장한 대출은 161조9000억원, 유예한 이자액은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5배인 6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기업구조혁신펀드에 출자한 규모도 전체 2000억원 중 668억원(33%)에 달했다.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에는 보증기관과 연계해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을 지원하기도 했다. 윤 행장이 직접 전국을 돌며 95명의 기업인과 만났고 코로나 대유행으로 대면 소통이 어려운 시기에는 메타버스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기도 했다.

윤 행장은 중소기업 복지와 코로나19 방역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등 사회공헌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인천 남동·경북 구미 산업단지 인근에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등 복리후생을 지원했으며 총 796명의 가족에게 장학금을 쾌척했다. 코로나19 방역 의료진에게는 냉장고와 음료를 제공하고, 환자들을 위해 헌혈 캠페인을 추진하기도 했다.

단순 자금 공급 아닌 컨설팅 제공

윤 행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업은행의 역할을 단순한 자금 공급자가 아니라 경영 컨설팅 조력자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윤 행장이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한 결과를 토대로 만든 ‘IBK금융주치의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기업은행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여신 전문가를 투입해 중소기업에 맞춤형 컨설팅과 함께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분야별로 생산·노무관리(295건), 세무(218건), 가업승계(242건) 등 각종 경영 컨설팅 제공 건수만 약 1200건에 달한다. 향후 비대면화와 진단 다각화 등을 통해 다른 은행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금융 컨설팅을 추진하겠다는 게 윤 행장의 전략이다.

차별화된 창업지원 프로그램도 갖췄다. 지난해 2월 ‘아이원(i-ONE) 소상공인’ 앱을 비대면 특화 플랫폼으로 확대 개편해 전용 통합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혁신금융’에서도 윤 행장의 리더십이 빛났다.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지식재산권(IP) 담보대출 등 기술금융에서 큰 성과를 보였다. 윤 행장 취임 전 579억원(2019년)에 불과했던 IP 담보대출은 2020년 2909억원, 지난해엔 3044억원(10월 누적)이 실행됐다. 윤 행장은 올해도 신산업 진출 기업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기업 등에 대한 ‘앵커(주요) 출자’를 주도해 모험자본 공급 여건을 조성할 방침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전폭적 지원은 재무 성과로도 이어졌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0월 22.91%로 은행권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3.8% 늘어난 1조826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