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에 초점 두던 사모펀드들
IPO 시장 초호황 이어지자
지금이 투자회수 적기로 판단

에이치라인해운· 투썸플레이스
로젠택배·티몬 등 증시 입성 추진
실적개선 기대 겹쳐 '성공' 예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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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가 인수했던 기업들이 잇달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공모주 시장이 초호황인 가운데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다. 과거에는 투자금 회수를 위한 차선책으로 꼽혔던 기업공개(IPO)가 PEF들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전엔 외면받던 IPO 급부상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를 최대주주로 둔 에이치라인해운은 3년 만에 IPO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에 이 같은 의사를 전달하고 상장 준비에 돌입했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주인인 투썸플레이스도 이달 초 주요 증권사에 상장 계획을 담은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하며 IPO를 공식화했다. 베어링PEA가 인수한 로젠택배도 다시 상장을 추진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상장 작업에 한창인 티몬(최대주주 KKR)까지 합하면 PEF가 인수한 기업 네 곳이 증시 입성을 노리고 있다.
공모주 시장 활황…인수기업 상장 팔걷은 PEF

PEF가 주요 주주인 기업까지 범위를 넓히면 상장 예정 기업 수는 대거 늘어난다. IMM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한 크래프톤과 스틱인베스트먼트, H&Q 등을 주주로 둔 HK이노엔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받고 있다. 이 밖에 시몬느(블랙스톤), 쏘카(SG PE), 야놀자(스카이레이크), ADT캡스(맥쿼리) 등이 IPO 준비에 한창이다.

일반적으로 상장을 통한 투자 회수는 매각에 비해 PEF들이 선호하지 않는 선택지였다. 수익이 곧바로 확정되는 매각과 달리 상장은 보유 지분을 한 번에 처분할 수 없는 투자 회수 방식이기 때문이다. 공모 과정에서 일부 지분을 구주 매출한 뒤 잔여 지분을 누군가에게 매각해야 한다. 펀드 만기가 5~8년으로 정해진 PEF로선 IPO 시장 혹은 증시 분위기가 안 좋으면 투자자산을 장기 보유해야 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 PEF가 IPO를 통해 투자 회수에 성공한 사례는 손에 꼽는다. 2017년 MBK파트너스가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VIG파트너스가 삼양옵틱스 상장에 성공해 주목받았지만 그 이후엔 PEF가 주인인 기업이 상장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MBK는 두산공작기계와 홈플러스(리츠) 상장을 추진했지만 성사시키지 못했다. VIG파트너스도 2018년부터 바디프랜드 상장을 추진했지만 아직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금리 상승 전 상장 사례 늘어날 듯
최근 들어선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PEF들은 공모주 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누리는 지금이 회수의 적기로 판단하고 투자한 기업의 IPO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관투자가 수요 예측과 일반 청약 경쟁률이 1000 대 1을 뛰어넘는 기업이 줄을 이을 정도로 공모주 시장에 대규모 자금이 쏟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 최대어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일반 청약에는 국내 IPO 시장 역사상 최대인 약 81조원이 몰렸다. 최근 상장한 새내기주 대부분이 공모가를 가볍게 넘기면서 상장 이후 기업 가치를 더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 등으로 실물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도 호재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세가 본격화하기 전에 더 많은 PEF가 IPO 시장에서 투자 회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자금 이동으로 국내 증시가 주춤하면 투자기업의 몸값을 높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 투자기업을 매각해 수익을 내는 데도 부담이 된다. 잠재 인수 후보들의 자금 조달비용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시장에선 금리가 낮을 때일수록 인수 후보가 더 많은 돈을 빌려 베팅할 수 있기 때문에 매물의 몸값이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모펀드 시장에선 IPO가 믿을 만한 투자 회수 방식으로 정착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거래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매각을 통한 회수만 고집할 수 없게 된 PEF들로선 투자 회수 경로를 다변화할 기회를 맞이했다는 평가다.

김진성/차준호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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