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56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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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6’이라는 쇼핑 플랫폼이 있습니다. 여러 판매자가 들어와서 상품을 파는 오픈마켓 형태인데, 다른 점이 있습니다. 보통은 상품이나 브랜드가 앱의 첫 번째 화면인 다른 플랫폼과 달리, 이 앱은 ‘소비자 후기’가 메인 화면입니다. 실제 사용 영상을 올려도 되고, 사진을 올려도 됩니다.

더 특이한 것은 후기를 클릭해서 다른 사용자가 그 상품을 구매하면, 판매자가 상품 매출의 일부를 나눠준다는 겁니다. 무려 최대 50% 입니다. 1만원짜리 상품을 후기를 타고 들어가 구매하면 후기를 올린 사람이 최대 5000원을 받습니다. 이 분배 비율은 판매자가 자율적으로 정합니다. 앱에 들어가 보니 5%도 있고, 10%, 13%, 20% 등등 다양합니다. 최소는 1%라고 합니다.

이 플랫폼 관계자를 만나봤습니다. 컨슈머(소비자)이자 셀러(판매자)인 ‘셀슈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홍보·마케팅 역량이 크지 않은 영세상인들은 소비자들이 알아서 상품을 알려줘서 좋고, 소비자들은 판매자가 아닌데도 물건 없이도 물건을 팔 수 있다는 겁니다.

요즘 커머스 시장에서 후기가 중요하다더니, 후기를 올리면 수익까지 발생하는 플랫폼이 나왔습니다. 얼마 전 논란이 됐던 쿠팡의 아이템위너 제도 또한 후기의 중요성을 실감케 하는 사례 입니다. 상품 후기나 별점을 모든 판매자가 공유할 수 있게 했더니 “해당 후기가 어떤 판매자에 속해 있는지는 소비자에게 중요한 정보”라며 참여연대 등이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겁니다.

그런데 이쯤되면 후기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 됩니다. 돈을 받기 위해 쓰는 후기는 후기일 수 있을까요. 원래 후기는 판매업체의 홍보나 마케팅이 아닌 실제로 써 본 경험담을 공유한다는 취지였던 것 같습니다. 광고성 콘텐츠보다 객관적이고 실질적이라는 이유에서 소비자들이 주목했죠.

그런데 지금은 예전의 그 의미는 다소 퇴색된 것 같습니다. 최근엔 삼성전자조차도 정수기 시장에 진출하면서 비스포크 정수기 후기를 남기면 상품권을 주는 마케팅을 벌였습니다. 후기가 광고와 마케팅의 일부가 된 것이죠.

그렇다고 이 같은 현상을 안 좋게만 볼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적극적으로 제품을 알리고 홍보하는 것을 권장하는 분위기니까요. 유명 연예인들이 홈쇼핑이나 유튜브에 나와 전하는 상품 홍보에 소비자들이 적극 호응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앞서 말했던 3456 플랫폼 관계자에게 돈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은 후기만 쓰는 부작용이 있지 않겠느냐고 물어봤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런 고민을 했지만, 아무리 과장된 후기를 올린다 해도 좋지 않은 제품들은 플랫폼에서 사장되고 질 좋은 제품만 남을 것”이라면서 “소비자들도 몇 번 올리고 마는 게 아니라 몇 백, 몇 천만원 수익을 내려면 롱런해야 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내용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돈을 주고 산 물건이라는 점도 신빙성을 더할 거라고 하고요.

이 업체뿐 아니라 스타일C, 텐핑과 같은 유사한 플랫폼도 운영 중이라고 하니 ‘후기 마케팅’ 시장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후기가 바뀐 걸까요, 세상이 바뀐 걸까요.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