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하의 불개미리포트

실물 경제 심각한데 나스닥 '사상 최고'
금·비트코인·원유·천연가스 등 급등
"나스닥 버블"vs"코로나주 수혜 당연"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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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나스닥은 지구 멸망까지 선반영 됐다. 인류가 모조리 멸망해도 알고리즘끼리 매매를 주고 받으면서 나스닥 지수를 계속 올릴 것이다."

얼마전 나스닥 하락에 베팅한 한 개인투자자가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 남긴 말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에서는 하루 2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고, 지난 2분기(4~6월)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 32.9%라는 사상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만1000선을 넘기며 또다시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실물 경기 침체로 인한 지수 하락을 예측하고 '숏 포지션(지수가 내리면 수익이 나는 상품)'에 들어간 투자자들은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연일 사상 최고점을 경신하는 것일까요. 정말 지구 멸망까지 선반영 된 '영원한 상승'인 걸까요.
낙관론자 "나스닥에 코로나19 수혜주 몰려…상승 당연한 것"
(왼쪽부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마크 주크버그 페이스북 CEO/사진=AP

(왼쪽부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마크 주크버그 페이스북 CEO/사진=AP

이번 상승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투자자들은 나스닥 지수 상승이 버블이 아니라 최근의 상황을 반영한 당연한 결과라고 말합니다. 나스닥에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수혜를 받는 정보기술(IT) 관련 대형주들과 의약제품, 바이오 관련 주들이 대거 편입해 있기 때문입니다.

소위 '마가(MAGA)'로 불리는 글로벌 IT대형주들인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Apple), 구글(Google), 아마존(Amazon)이 모두 나스닥 100 지수 편입 종목입니다. 테슬라, 페이스북, 이베이, 바이두, 엑티비전 블리자드, 줌 등 코로나19 수혜를 입은 최첨단 기업들도 여기에 속해 있습니다.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는 '램데시비르'의 제조사인 길리어드나 코로나19 항체 의약품 제조사인 '케브자라', 연내 코로나19 백신 상용화를 노리고 있는 '모더나'도 나스닥 100 지수에 포함됩니다.

이들 회사는 대다수가 코로나19로 인한 수혜로 지난 2분기 실적 시즌에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발표했습니다. 낙관론자들이 지금의 나스닥 지수 상승은 당연하다고 평가하는 이유입니다.

낙관론자들은 또 미 중앙은행(Fed, 연방준비제도)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계속 달러화를 발행해 시장에 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미 중앙은행이 계속해서 돈을 찍어내 돈의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지수나 자산의 가치는 필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실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의 국제 가격이 최근 온스당 사상 첫 2000달러(약 237만원)를 넘기며 계속 상승하고 있고, 부동산을 비롯해 비트코인이나 은, 원유, 천연가스 등의 자산들이 대부분 연초 대비 우상향하고 있다는 점도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줍니다.
비관론자 "언택트 수혜 고려해도 버블…영원한 상승은 없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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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나스닥 지수 상승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을 취하는 투자자들은 "비대면(언택트) 트렌드 확산으로 인한 수혜를 고려해도 지금의 상황은 버블에 해당한다"고 반박합니다.

아무리 나스닥이 코로나19 수혜주 위주로 구성됐다고 해도 실물 경기가 침체 상태인데 지나친 상승이 아니냐는 것이죠.

실제로 미국에서는 코로나19가 다시 3개월 전 수준으로 창궐하기 시작하며 일부 지역이 다시 셧다운(폐쇄) 조치를 단행하는 중입니다. 미국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이미 500만명을 넘어섰고, 관련 사망자는 지난 6일 하루에만 2000명을 넘기며 3개월 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죠.

일부 코로나19 수혜기업을 제외한 대다수의 기업들은 심각한 실적 악화로 인해 파산 직전이거나, 정부 지원금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상황입니다. 직장을 잃은 소비자들 역시 정부 실업 수당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지금의 주가 상승은 비상식적이라는 논지입니다.

또 지금의 주가 상승은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에 기반한 일시적 현상이라고도 주장합니다. 지난 3월 코로나19로 인한 폭락 이후 주식시장이 'V자 반등'에 성공하며 순식간에 큰 돈을 번 사람들이 나타나자 투자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까지 뛰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의 유명 억만장자 투자자인 마크 쿠반은 "겨우 19살인 내 조카가 나에게 어떤 주식을 사야하는 지 물어보고 있다"면서 지금의 시장 상황에 대해 크게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인간지표' VS '과잉 유동성' 최후 승자는
지금까지의 상황만 보면 당장은 낙관론자들의 승리로 보입니다. 지난 3월 주식시장 폭락 당시 향후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시장에 뛰어든 사람들은 달콤한 승리를 맛본 반면, 아무것도 투자하지 않았거나 혹은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으니까요.

다만 그렇다고 해서 비관론자들의 주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소위 '인간 지표'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만 봐도 분명 뭔가가 잘못돼 가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 동네 커뮤니티가 주식 이야기로 왁자지껄하고, 평소에 투자에 관심이 없던 어르신들이나 갓 스무살이 된 대학생까지 주식 시세를 들여다보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비정상적인 상황'이 해결되려면 미 중앙은행이 무제한 양적 완화 정책을 거두면 된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면 시장은 다시 원래의 자리를 되찾아 갈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애초에 실물 경제의 침체와는 관계 없이 그저 '거대한 유동성'이 공급돼 지금의 상승장이 펼쳐진 것이니까요.

그런데 미 중앙은행이 무제한 양적 완화 정책을 쉽게 거둘지는 미지수입니다. 당장 미국 대선이 3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식 시장에 찬물을 끼얹거나 정부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기엔 상당한 정치적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결국 투자자들의 눈과 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의 입으로 향합니다. 이들이 조금만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친다 싶으면 시장은 무너저 내릴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흔들림 없이 경기 부양책에 집중한다면 시장은 임계점에 도달할 때까지 시중에 풀린 통화를 계속해서 빨아 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과연 상승장의 끝은 어디일까요. 불개미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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