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자리 자화자찬’ 긴급 브리핑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고용 관계 부처 장관들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년 고용 동향 및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홍 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 ‘일자리 자화자찬’ 긴급 브리핑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고용 관계 부처 장관들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년 고용 동향 및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홍 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기획재정부가 15일 ‘고용 동향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겠다고 갑작스레 발표한 건 전날 늦은 오후였다. 통계청은 공식 발표 전날 관계부처에 내용을 통보하는데, 2019년 고용 통계가 예상보다 긍정적으로 나오자 5개 부처 장관급 인사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 모인 것이다. 예정에 없던 브리핑이 잡히면서 같은 시간 예정돼 있던 보건복지부의 ‘바이오헬스 규제 혁신방안 브리핑’은 난데없이 뒤로 밀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정부 정책 덕분에 작년이 ‘일자리 V자 반등의 해’가 됐다”며 자화자찬을 쏟아냈다.

이날 고용 통계와 합동 브리핑은 △양적 지표가 개선됐지만 △고용의 질은 악화됐고 △정부는 ‘좋은 지표 홍보’에만 골몰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총량 지표로만 보면 지난해 일자리 상황은 개선됐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취업자 수 증가는 60대 이상과 주당 1~17시간 일하는 ‘초단기 알바’에 집중됐다. 경제활동 주축인 40대와 질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취업자 수는 ‘고용 참사’ 수준으로 악화됐다.

노인·초단기 알바 빼면 ‘고용 참사’
노인 일자리 빼면 취업자 8만명 감소…40대·제조업은 '고용참사'
통계청의 ‘2019년 12월 및 연간 고용 동향’을 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2712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만1000명 늘었다. 불황에도 고용이 갑자기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2018년 ‘고용 참사’의 기저효과다. 매년 30만 명 안팎에 달하던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018년 9만7000명으로 급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교 대상인 2018년 통계가 워낙 안 좋았다”며 “2년 기준으로 묶어 보면 연간 20만 명 증가로 정상적인 수준보다 여전히 낮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는 정부가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입한 ‘노인 알바’에 집중됐다.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연령층은 60세 이상 노인(37만7000명)이었다. 1963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민간에서 늘어난 일자리도 초단기 알바가 대부분이었다.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가게 점주들이 아르바이트생 근무 시간을 줄이는 ‘알바 쪼개기’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주당 1~17시간 일하는 근로자는 전년 대비 30만1000명 증가해 1980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크게 늘었다. 반면 36시간 이상 풀타임 근로자 증가 폭은 10만5000명에 그쳤다.

‘경제 허리’인 40대와 질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업종의 일자리는 감소했다. 40대 취업자는 전년 대비 16만2000명 줄어들면서 1991년(26만6000명) 이후 28년 만에 가장 크게 감소했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 취업자가 8만1000명 줄었다. 반면 정부 재정이 들어가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7만8000명)에서 취업자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직접일자리 올해도 16만 개 증가

올해도 세금 주도의 일자리 증가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예산으로 만드는 ‘직접일자리’를 작년 78만5000개에서 올해 94만5000개로 늘리기 때문이다. 올해 직접일자리 증가 폭(16만 개)은 작년(10만2000개)보다 5만 개 이상 많은 수치다. 기재부는 직접일자리 확대 등에 힘입어 올해 15~64세 고용률이 67.1%로 작년(66.8%)보다 0.3%포인트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고용 정책으로는 ‘일자리 증가→소득 여건 개선→소비 활성화→경제 성장’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에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직접일자리는 한 달 월급이 20만~30만원 수준이어서 ‘용돈벌이’에 불과하다. 가계 월평균 소득 증가율이 3분기 기준 2018년 4.6%에서 작년 2.7%로 쪼그라든 것도 세금 주도 일자리 확대 정책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 특히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에서 만든다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며 “고용·환경 등 규제를 완화해 기업의 경영 여건을 개선하고 신산업 진입 장벽을 낮춰 미래먹거리를 만들어줘야 고용 시장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수영/서민준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