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공장’으로 불린다. 문화 숙박 교통 음식 등 전후방 파급 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인 데다 고용유발 효과도 제조업의 두 배를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 1724만 명에 달한 외국인 방한 관광객 수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관련 경제보복으로 고꾸라진 뒤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중국 일본 등 인근 경쟁국보다 부족한 게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역대 정부는 갖가지 관광 활성화 사업을 짜냈다. 하지만 엄격한 규제와 환경단체 등 시민단체의 반대에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

환경부와 환경단체에 가로막힌 흑산공항 건설사업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는 2011년부터 전남 신안 흑산도에 소규모 공항 건설을 추진했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광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고 긴급상황 발생 시 주민을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한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2016년 심의 과정에서 환경 훼손 우려를 제기하며 심의가 보류됐다. 지난해 7월 심의가 속개됐지만 민간위원의 반대의견으로 다시 심의가 중단돼 아직도 기약이 없다.

지역사회의 ‘숙원사업’이 환경단체 등쌀에 가로막히기도 한다. 제주도민의 숙원사업이던 제2공항 건설사업은 2015년 11월 입지 선정 발표 후 환경단체의 극심한 반대에 시달리면서 사업이 늦어졌다. 다음달 기본 계획을 고시할 예정이지만 반대 목소리가 크다 보니 앞으로도 상당한 내홍을 겪을 전망이다.

한국 관광산업이 소모적 논쟁에 묶여 있는 사이 주변국은 규제를 적극적으로 풀며 먼저 치고 나갔다. 의료관광이 대표적인 분야다.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는 일찌감치 투자개방형 병원 등 의료 관련 규제를 없애 연간 100만~200만 명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을 갖춘 한국을 찾는 의료관광객은 규제 때문에 서비스 개선이 지체되면서 30만~40만 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본은 2010년대 초 관광객이 줄어들자 관광진흥위원회를 꾸려 규제를 확 풀고 엄청난 투자를 단행했다”며 “그 결과 2009년 외국인 관광객 숫자에서 한국에 역전당한 일본이 2015년 한국을 재역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관광청 등 전담 컨트롤타워를 마련해 관련 규제를 한꺼번에 풀어야 관광산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