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내 反원전 감정 잘 알아"…정비계약 질문엔 "해줄 말 없다"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는 바람직한 원전 협력 모델을 세계에 제시해 왔다. 하지만 장기정비계약과 관련해선 해줄 말이 없다.” 무함마드 알 하마디 UAE원자력공사(ENEC) 대표(사진)는 23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하마디 대표는 이날 아주대에서 명예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 ENEC 대표를 맡은 뒤 원자력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한국과 UAE 간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 공로다.

하마디 대표는 “UAE가 원전 설계와 건설 등 많은 분야에서 한국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양국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UAE에 건설 중인 한국형 원전 4기의 정비계약(LTMA) 경과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LTMA는 향후 10~15년간 원전의 정비·수리를 책임지는 핵심 계약으로, 수주액은 2조~3조원 규모다. 1차 계약을 따오면 최장 60년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정비계약과 관련해 얘기할 수 없는 걸 이해해 달라”고 했다.

원자력 관련 학과가 없는 아주대에서 하마디 대표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 건 정근모 KAIST 석좌교수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UAE 원자력 국제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정 교수는 1990년대 두 차례에 걸쳐 과학기술처 장관을 지냈고, 현재 아주대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정 교수는 “하마디 대표가 양국 우호 증진에 큰 힘이 됐기 때문에 적극 추천했다”며 “정부 차원의 요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학위 수여식에는 임현승 한국전력 부사장, 변준연 비전파워 대표, 이용희 한국수력원자력 사업본부장 등 UAE 원전과 관련 있는 국내 에너지업계 인사가 다수 참석했다.

원자력계에선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UAE의 LTMA 확정을 미루는 요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LTMA 국제 입찰엔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KPS 등이 중심인 ‘팀 코리아’의 낙찰이 유력시돼 왔다. 익명을 요구한 원자력계 인사는 “한국 기술로 원전을 지었기 때문에 정비계약 역시 당연히 우리가 따오는 게 맞지만 문제는 가격”이라며 “UAE가 계속 가격 후려치기를 시도하고 있어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하마디 대표는 지난 22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도 “지난 10년간 세계 8개국이 원전을 도입했고 다수는 원전을 수출하고 있다”며 “한국 내에서 일고 있는 반원전 감정을 알고 있으며 한국은 도전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