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 1호기, 체르노빌 재연?…공포 조장하는 脫원전 단체들
“한빛 1호기의 수동 정지는 체르노빌처럼 원자로 폭주로 이어질 뻔한 심각한 사고다.”

환경운동연합 녹색당 등 환경단체들이 21일 일제히 내놓은 성명서의 골자다. 전남·광주지역 27개 단체로 구성된 ‘핵없는세상 광주·전남행동’은 아예 “한빛 원전을 폐쇄하고 부실시공이 명백한 한빛 3·4호기도 조기 폐쇄하라”고 주장했다.

한빛 1호기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원전 폐쇄까지 외친 걸까. 원전 규제당국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전남 영광의 한빛 1호기는 지난 10일 재가동하기 위해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 시험을 했다. 이상 신호가 감지된 건 당일 오전 10시30분. 제어봉을 인출하자 1분 만에 원자로 열 출력이 제한치(5%)를 벗어나 18%까지 치솟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0시32분 제어봉을 재삽입했다. 출력이 곧 1% 이하로 떨어졌고 안정을 되찾았다. 이후 설비를 점검하다 오후 10시2분 원자로를 수동 정지했다.

원안위가 문제 삼는 건 출력이 급증했을 때 왜 원자로를 즉각 정지하지 않고 12시간 동안 방치했느냐는 것이다. 업무 지침을 어긴 한수원을 상대로 사상 처음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해 집중 조사하기로 했다.

한수원의 설명은 다르다. 한수원 측은 “제어봉 인출이 계속됐더라도 출력 25%에선 원자로가 자동 정지하도록 설계돼 있다”며 “체르노빌과 같은 원자로 폭주는 일어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설비 점검 과정에서 원안위와도 협의했다”고 강조했다.

체르노빌 사고는 1986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원전 폭발사고다. 사고 매뉴얼도 없어 소방수들이 원자로에 대고 물을 뿌렸다고 한다. 유엔 과학위원회가 공식 확인한 피폭 사망자 43명 중 28명이 사고 수습요원인 배경이다.

한빛 1호기 정지 사태는 한수원 직원들의 심각한 기강 해이를 질책해야 할 문제다. 출력이 제한치(5%)를 초과하면 즉시 원자로를 멈춰야 한다는 지침조차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30여 년 전의 체르노빌 사고와 연결짓는 건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용훈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일정 출력 이상 올라가면 자동 정지하는 원전을 환경단체들이 체르노빌 사태에 견주는 건 (쇠로 된) 기차 바퀴가 펑크나길 바라는 격”이라고 일축했다.

정부와 원안위는 막연한 방사능 공포가 확산하는 데 대해 적극 차단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탈(脫)원전 비판을 의식해 ‘제2의 광우병’을 조장한다는 의심을 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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