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0% "소득주도성장, 수정 또는 중단해야 한다"
국민 10명 중 8명은 현 정부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수정 또는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주도성장의 대표 정책인 최저임금에 대해선 10명 중 6명이 “내년엔 동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3월 서울 부산 울산 대구 광주 대전 인천 등 전국 7대 도시에서 연 ‘2019 한경 머니로드쇼’ 참석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한경의 ‘국민의 경제인식 및 재테크 설문’에는 20~70대 남녀 1188명이 응답했다.

국민 80% "소득주도성장, 수정 또는 중단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방향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51.5%는 “부작용이 있으므로 수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28.4%는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수정 또는 중단을 주문한 비율이 79.9%에 이른다. “맞는 방향이므로 계속 가야 한다”는 응답은 12.0%, “부작용이 있더라도 밀어붙여야 한다”는 응답은 8.1%에 그쳤다.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질문에는 57.7%가 “그동안 급하게 올린 만큼 충격을 고려해 동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인상하더라도 인상폭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37.2%로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은 올해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로 부동산(27.3%)과 해외 주식(27.0%)을 꼽았다. 이어 △국내 주식(19.8%) △채권(17.7%) △예금(8.3%) 등이 뒤를 이었다.

절반 이상 "경제 더 나빠진다"…이유 묻자 "시장에 부담주는 정책 탓"

국민의 약 77%는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을 어둡게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달러를 넘어섰지만, ‘형편이 나아졌다’는 국민은 약 15%에 그쳤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3월 서울 부산 울산 대구 광주 대전 인천 등 전국 7대 도시에서 연 ‘2019 한경 머니로드쇼’ 참석자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다. 이번 설문에는 20~70대 남녀 1188명이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경제 전망에도 비관적이었다. 2~3년 뒤 우리 경제에 대한 질문에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절반에 달했다. 국민은 정부가 시장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수정·중단하고,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국민 80% "소득주도성장, 수정 또는 중단해야 한다"
국민소득 3만달러? “체감 못해”

응답자의 50.8%는 현재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대해 ‘나쁜 편’이라고 답했다. 25.7%는 ‘매우 나쁘다’고 했다. 76.5%가 경제 상황을 어둡게 보고 있는 셈이다. 수도권, 영·호남에 관계없이 비슷한 답변이었다. 경제 상황에 대해 ‘좋은 편’이라는 응답은 4.9%, ‘매우 좋다’는 응답은 1.0%에 그쳤다.

이는 한국은행의 경제심리지수(ESI)와 맥을 같이한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3월 ESI는 94.2로, 전월 대비 0.9포인트 하락했다. ESI가 100을 밑돌면 민간의 경제심리가 과거보다 못하다는 의미다.

설문 결과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체감하지 못하는 국민이 더 많았다. ‘최근 형편이 나아졌냐’는 질문에 27.2%가 ‘아니다’, 5.1%가 ‘매우 아니다’고 응답했다. ‘그렇다’(13.5%)나 ‘매우 그렇다’(1.8%)는 응답의 두 배 이상이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소득분배지표가 나빠서 소득 3만달러를 체감할 수 있는 사람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임기 말까지…“경제 더 나빠질 것”

앞으로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비관적으로 보는 국민이 더 많았다. 2~3년 후 경제 상황에 대한 질문에 48.2%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현 정부 임기 말까지 계속 경제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는 응답자가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셈이다.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5.1%에 그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자산 가격 하락이 경제주체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측면도 크다”고 말했다.

경제가 어려운 이유를 묻는 질문에 50.8%가 ‘시장에 부담을 주는 정책적 요인 때문’이라고 답했다. 현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에 따라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본격 시행한 2017년 3분기~2018년 3분기 국내총생산(GDP), 투자, 고용 부문의 장기균형성장률이 2013년 1분기~2017년 2분기에 비해 모두 감소했다는 실증분석 결과도 있다.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소득주도성장 정책 방향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51.5%는 ‘부작용이 있으므로 수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28.4%는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질문에는 57.7%가 ‘그동안 급하게 올린 만큼 충격을 고려해 동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인상하더라도 인상폭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37.2%로 뒤를 이었다.

경제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 ‘선진국 경기 둔화 등 대외 요인’이라는 응답은 20.7%, ‘고령화 등 인구 구조적 요인’이라는 응답은 14.5%에 그쳤다. 악화된 고용·분배지표가 나올 때마다 ‘인구 탓’을 하는 정부 설명에 동의하는 국민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서울에서 열린 머니로드쇼에 참석했던 한 시민은 “촛불 혁명으로 탄생했다고 자임하는 정부라면 경제에 대한 국민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강경민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