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중소기업들이 경기 침체와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잇따라 감원에 나서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의 보증대출 사고율(보증기관이 대출 대신 갚아줘야 하는 금액 비율)이 올해 처음 3%를 넘었다. 중소기업·자영업자의 경영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중국 등에 일거리를 빼앗기는 과정에서 덮친 국내 악재로 내년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는 게 중소기업인들의 얘기다.

직원이 100여 명인 수도권의 한 제조업체는 올해 직원 10%를 줄인 데 이어 내년 초에도 20% 가까이 감원할 계획이다. 이 회사 K사장은 “생산비 중 인건비 비중이 20%를 웃도는데 도저히 현재 상태로는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며 감원 배경을 설명했다. 정년 및 이직 등으로 퇴직자가 생겨도 충원하지 않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한 금형업체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사람을 줄이기 힘들다 보니 퇴직자를 대체하는 인력을 뽑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중소기업들이 바라보는 경기 전망도 어둡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3003개를 대상으로 한 ‘2019년 중소기업 경기전망 및 경영환경조사’ 결과 내년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SBHI)는 올해 전망지수보다 9.5포인트 하락한 83.2에 그쳤다. 내년 예상되는 경영 어려움으로 ‘내수 부진’(57.9%)과 ‘인건비 상승’(52.5%), ‘업체 간 과당경쟁’(29.5%), ‘근로시간 단축’(13.2%) 등의 답변이 많았다. 중소기업계는 새해 경영목표로 ‘적정이윤 확보 등 내실경영’(67.8%)을 최우선으로 설정했다. ‘생존 우선·투자 축소 등 보수적 경영’(18.7%), ‘투자 확대·해외 진출 등 공격적 경영’(7.5%) 등이 뒤를 이었다.

자영업자의 폐업 등 사업 실패에 따른 금융 부담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폐업 및 연체로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진 영세 자영업자 사고율(지난달 잔액 기준)이 3.1%로 조사됐다. 최근 4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 대출 보증기관인 신용보증재단이 자영업자의 대출 상환을 대신 갚아줘야 할 부실 보증 대출 규모가 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