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이 포스코, 철광석 업체인 발레와 합작해 브라질에 건설한 CSP제철소가 12개월째 가동률 100%를 유지하며 ‘완전 가동’ 단계에 접어들었다. 2016년 용광로에 불을 지피는 화입(火入)식을 열고 가동에 들어간 지 2년여 만이다. 가동률이 높아짐에 따라 당초 내년 말로 예상했던 CSP의 손익분기점도 올해 상반기로 앞당겨졌다. CSP는 상반기 270억원의 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브라질은 미국발(發) 철강 관세 예외 지역이어서 반사 효과도 기대된다.

◆올해 슬래브 300만t 생산

동국제강, 나홀로 '삼바춤'… 브라질 제철소 가동률 100%
14일 동국제강에 따르면 브라질 CSP제철소는 지난 3일 슬래브 누적 출하량 500만t을 달성했다. 슬래브는 고로에서 나온 쇳물을 식혀 만든 널빤지 모양의 철강 반제품이다. 슬래브에 열을 가해 눌러서 후판과 열연강판 등 다양한 철강 제품을 제조한다.

2016년 6월 고로(高爐) 화입을 시작한 CSP제철소는 가동 첫해 102만t의 슬래브를 생산했다. 작년 슬래브 생산량은 243만t으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서는 155만t가량의 슬래브를 만들었다. 지난해 8월부터 12개월 연속 가동률 100%를 달성하며 연말까지 연간 최대 생산량인 300만t 달성이 무난할 전망이다. 55억달러(약 6조2000억원)가 투입된 CSP제철소는 사업을 기획하고 주도한 동국제강(지분 30%)이 제철소 운영과 제품 마케팅을 담당한다. 발레(50%)는 철광석 원료 공급과 이사회 의장직을, 포스코(20%)는 제철소 가동에 필요한 기술적 지원을 맡고 있다.

◆64년 ‘고로의 꿈’ 이뤄

고로는 철광석과 석탄을 원료로 쇳물을 생산하는 설비로 ‘철강의 꽃’으로 불린다. 수조원대 투자비와 고도의 운영 기술이 필요하다. 고로를 보유한 철강사가 세계적으로 많지 않은 이유다. 한국 기업 중엔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만 고로를 갖추고 있다.

브라질 CSP제철소에서 생산된 슬래브.
브라질 CSP제철소에서 생산된 슬래브.
1954년 문을 연 동국제강은 고철을 녹여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전기로 업체로 출발했다. 여러 차례 고로 사업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1978년 인천제철(현 현대제철) 민영화 당시엔 현대그룹에 고배를 마셨다. 같은 해 정부의 제2제철소 사업(현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선 포항제철(현 포스코)에 밀렸다.

고(故) 장경호 창업주와 고 장상태 2대 회장이 이루지 못한 동국제강의 꿈을 3대째인 장세주 회장(65)과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56)이 이뤄냈다. 2001년 회장에 취임한 장 회장은 철광석이 풍부하고 북미·유럽 시장과도 가까운 브라질을 제철소 부지로 점찍었다. 2005년 브라질 세아라주와 투자협약(MOU)을 맺으며 고로 제철소 사업을 공식화했다. 동국제강은 본사 사옥(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을 4200억원에 매각하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CSP제철소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CSP제철소를 둘러싼 대외 환경은 긍정적이다. 우선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가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3년(2015~2017년) 수출 물량의 70%로 철강 쿼터(물량 제한)가 적용되는 한국과 달리 브라질은 100% 쿼터를 확보해 관세 폭탄에서 자유롭다. 미국의 철강 수입 규제 강화로 현지 시장의 슬래브 가격이 오르고 있는 점도 호재다. 작년 11월 t당 450달러였던 브라질산 슬래브 가격은 이달엔 562달러로 24.9% 상승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 제철소를 짓겠다는 장 회장의 남다른 포부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맞물려 빛을 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