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6일 열린 창립 64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동국제강 제공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6일 열린 창립 64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동국제강 제공
올해 창립 64주년을 맞은 동국제강의 장세욱 부회장(56)이 임직원에게 일하는 방식 변화를 주문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계기로 기존의 틀을 깨고 혁신에 나서자는 취지에서다. 조선 건설 등 연관 산업 침체에 미국의 철강 쿼터(수입 할당제) 등으로 철강업계의 경영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장 부회장은 6일 서울 을지로 본사 페럼타워에서 열린 창립 기념식에서 “일하는 방식을 재점검하고 변화시켜야 한다”며 “야근을 당연시하는 문화를 버리고, 정시 퇴근을 당연시하는 문화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불필요한 업무를 버리고 효율성을 높이는 동국제강만의 일하는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장 부회장은 100년 기업을 향한 인재상으로 두 가지 이상 분야의 전문가를 의미하는 ‘멀티 스페셜리스트’를 꼽았다. 그는 “새로운 업무의 도전을 통해 두 가지 이상 분야에서 전문가가 돼야 한다”며 “다양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필요한 시대”라고 지적했다.

장세욱 "일하는 방식 바꿔 멀티 스페셜리스트 되자"
장 부회장이 혁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동국제강의 실적 악화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동국제강의 주력 제품인 건설용 철근과 조선용 후판은 건설경기 악화와 조선업 침체 여파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2015년 2분기 이후 12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지만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64.3% 줄어든 206억원에 그쳤다.

장 부회장의 형인 장세주 회장(65)도 지난 4월 말 가석방으로 출소한 직후부터 본사로 출근해 경영 개선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사장급 최고운영책임자(COO) 직책을 신설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도 장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국제강은 영업과 생산부문을 총괄하는 COO에 김연극 전무를 선임하고, 기존 사업본부 체제를 기능별 조직 체제로 전환했다. 5본부(구매·봉강·형강·후판·냉연사업본부) 2실(지원·전략실)을 1본부(영업본부) 4실(전략·재경·인재경영·구매실)로 슬림화했다. 장 회장의 장남인 장선익 이사도 핵심 부서인 경영전략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 부회장은 평소 강조해온 소통과 몰입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장 부회장은 “소통에는 업무적 소통과 정서적 소통, 창의적 소통이 있는데 이 가운데 창의적 소통을 가장 강조하고 싶다”며 “창의적 소통과 몰입으로 업무에 임하면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발전시키며 경쟁력을 키워 나가자”고 주문했다.

장 부회장은 끝으로 “동국제강의 저력을 믿고 후배들이 창립 100주년을 맞을 수 있도록 하자”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동국제강은 이날 창립 기념식을 마친 뒤 모든 임직원이 참석한 ‘피자 파티’를 열어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서울 본사를 비롯해 인천과 포항 당진 부산 등 각 지역 사업장 임직원들은 인근 아동센터와 사회복지관을 찾아 봉사활동도 펼쳤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