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들이 ‘적합’으로 판정된 농장에서 들여온 계란을 다시 매장에 진열했지만 판매량은 평소의 60% 수준에 그쳤다. 정부의 산란계 농장에 대한 전수검사 결과가 나왔지만 아직까지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시중에 유통되는 계란은 안전하다’는 확실한 메시지가 나오기 전까지는 평소 판매량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는 전국 146개 점포에서 판매된 계란은 지난주 목요일의 약 6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이마트는 전국 점포에 계란을 공급하는 농장 57개 중 ‘적합’ 판정을 받은 53개 농장의 계란만 판매하고 있다. 살충제 성분이 기준치 이상으로 나온 2곳과 기준치 이하로 검출된 2곳의 농장에서 온 계란은 모두 폐기했다.

롯데마트 전국 120개 점포의 계란 판매량도 지난주 대비 60% 정도였다. 롯데마트에 계란을 공급하는 산란계 농장은 50여 개다. 이 가운데 정부의 검사가 끝나 적합으로 판정된 40여 개 농장의 계란이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전날 오후보다는 판매량이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많은 소비자가 구매를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마트에 나온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만난 김혜원 씨(40)는 “계란이 떨어졌지만 아직까지 좀 불안하다”며 “정부의 완벽한 검사 결과가 나오면 계란을 구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계란을 두 판 산 박연주 씨(50)는 “매일 아침 식구들이 계란을 먹고 있는데, 좀 꺼림칙하긴 하지만 이곳에서 판매하는 계란은 이상이 없다고 하니 믿고 샀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이날 오후 3시30분께부터 살충제가 초과 검출된 자체상표(PB) 상품을 제외하고, 풀무원 등 일반 브랜드 계란을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다. 계란을 다시 판매해달라는 소비자 요청이 이어져 판매 재개를 결정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대형마트와 달리 김밥 전문점, 샌드위치 판매점, 제과점 등에서는 ‘살충제 계란’ 파동의 영향이 크지 않았다. 서울 중림동의 한 샌드위치 가게는 전날 벽면에 붙었던 검사지를 제거했다. 가게 주인은 “혹시나 해서 우리 가게에 계란을 공급하는 농가에서 보내온 안전 검사지를 붙여 놓았는데 신경 쓰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며 “매출도 평소와 크게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명동에 있는 이삭토스트는 평소처럼 계란이 들어간 토스트를 판매했다.

류시훈/이수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