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에만 법적 책임 떠넘기고…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원전 공사를 중단할 경우 발생할 법적 문제 검토작업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국무회의를 열어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3개월 동안 공론화 과정을 거쳐 영구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로 의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무회의 의결을 근거로 지난달 29일 한수원에 공사 일시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정부가 공사를 중단시킬 법적 근거가 없어 행정조치 대신 내린 고육책이다.

한수원은 조만간 법률 검토 작업을 마무리하고 이사회에서 일시 중단 여부를 결의할 방침이다. 공기업인 한수원이 정부 정책에 반(反)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다. 문제는 공사를 영구 중단하지 않고 3개월 동안 일시 중단하기만 해도 공기 지연에 따른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한수원은 한국전력공사의 100% 자회사다. 한전은 비록 공기업이지만 일반 투자자가 지분 48.9%를 보유한 상장사다. 한수원의 손실은 결국 한전 일반 주주의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이유로 신고리 5·6호기 공사장 인근 지역 주민들은 지난 3일 이관섭 한수원 사장을 만나 “공사를 중단하면 배임죄로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한수원은 공사 중단이 형사상 배임에 해당할 가능성은 작다고 잠정 결론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 하더라도 회사 경영진이 형사고발을 당해 재판정에 설지도 모를 일이다.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법적 책임을 한수원 경영진이 떠안는 셈이다. 만약 공론화 결과 영구 중단으로 결정되면 더 큰 법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공사에 참여한 760여 개 건설업체와 협력업체까지 모두 들고 일어날 사안이다. 정부가 그때도 책임을 떠넘길지 궁금할 따름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