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형 대만 사업가 궈타이밍…직접 일본·대만 오가며 정부와 은행 설득

대만 훙하이(鴻海)그룹 산하 폭스콘이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행보로 계약 무산위기를 정면 돌파하면서 결국 샤프 인수에 성공했다.

이 배경에는 궈타이밍(郭台銘·66·테리 궈) 회장의 끈질긴 집념이 있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4세의 나이에 플라스틱 부품 제조업체 훙하이를 창업해 자수성가한 궈 회장은 '끈질기다'라는 단어로 설명되는 인물이다.

그는 불과 10명의 직원과 함께 흑백 TV용 플라스틱 부품을 만들던 업체를 40년 만에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휴렛패커드, 블랙베리 등 유명 기업의 부품을 납품하는 중화권 최대 수출기업으로 키웠다.

불굴의 집념으로 자수성가한 궈 회장은 삼성전자와 한국에 비우호적인 시각을 가진 인물로도 유명하다.

2010년 삼성전자가 가격담합 혐의로 훙하이 계열사를 유럽연합(EU)에 고발하자 삼성전자를 '경쟁자의 등 뒤에 칼을 꽂는 소인배'라고 비난하며 삼성 타도가 자신의 평생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끈질김'을 앞세워서 이번 샤프 인수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샤프는 애초 폭스콘이 아니라 일본 경제산업상이 감독하는 민관투자펀드 '산업혁신기구(INCJ)'에서 3천억 엔을 출자를 받고 지분을 넘기는 방안을 고려했었다.

이 때문에 폭스콘이 6천억엔 규모의 인수안을 제시했을 때도 다카하시 고조(高橋興三) 샤프 사장은 처음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기술 유출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국을 대표하던 전자업체를 대만 기업의 손에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판을 바꾼 것은 궈 회장은 1월 말 일본으로 건너오면서부터다.

그는 직접 일본 정부 관계자들에게 로비하고 샤프 이사진을 만났다.

이어 샤프의 주거래은행인 미즈호은행과 미쓰비시도쿄UFJ은행에 1천억엔 상당의 우선주를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샤프가 INCJ의 출자안을 받아들이면 두 은행은 보유한 2천억엔 상당의 샤프 우선주를 단돈 1엔에 넘겨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이들은 당연히 궈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궈 회장이 사토 야스히로(佐藤 康博) 미즈호 은행장과 자주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다는 점도 폭스콘에 유리한 조건이었다.

궈 회장의 노력은 2월 4일 이사회에서 빛을 발했다.

다카하시 사장은 INCJ 쪽에 기울었던 기존의 판세를 뒤집고 "(폭스콘과 INCJ의) 양쪽의 제안은 동등하지 않다"면서 "현재 폭스콘의 제안을 검토하는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샤프는 한 달 정도 더 시간을 두고 양쪽 제안을 고려해보겠다고 했지만, 궈 회장은 샤프의 결정을 손 놓고 기다리지 않았다.

궈 회장은 당장 다음날인 5일 오사카에 있는 샤프 본사를 찾아가 경영진과 9시간에 걸쳐 면담하기도 했다.

이번 인수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은 2월 25일 양측이 인수합병 계획을 발표한 직후 터진 샤프의 우발채무 문제였다.

궈 회장은 샤프로부터 총 3천500억엔 규모의 우발채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인수를 단념하지 않았다.

소식통에 따르면 폭스콘은 미즈호와 미쓰비시 은행의 이사를 대만에 불러들여 우발 채무 탕감을 위해 샤프에 얼마나 지원할 수 있는지를 물었고, 3천억엔의 융자를 받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결국, 30일 폭스콘과 샤프는 인수합병 계획 발표 한 달여 만에 처음 제시했던 출자액보다 1천2억엔 줄어든 3천888억엔으로 인수 계약을 정식 완료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