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현장의 안전과 하도급, 친환경 등 규제가 강화된다. 건설업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시험대에 오른다는 얘기다. 건설사들은 안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고, 탄소저감 자재를 개발하는 등 저마다 ESG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업황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을 감안해, ESG 규제 적용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전부터 하도급까지 규제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 현장에서 사망사고 발생시 매출액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의 건설안전특별법이 현재 여당 주도로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정부와 교감이 있는 법안이어서 건설업계에선 이 법은 올해 제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들은 과징금이 법에 규정된 너무 많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국내 10대 대형 건설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01%로, 중대재해가 한번만 터져도 적자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신규 수주가 중단되고, ‘선분양’ 제한 조치를 받는 것도 부담이다. 착공 시점에 아파트를 분양한 뒤, 청약 당첨자로부터 계약금·중도금을 받아 공사비를 충당해 주택을 짓는 건설사들이 선분양을 할 수 없게 되면 자체 자금이나 대출 등으로 사업비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53~61%(2018년 대비 2035년 배출량 기준)라는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설정한 것도 건설업계엔 타격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세계 탄소배출의 약 3분의 1은 건설산업과 건설자재에서 나온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에너지자립률이 높은 ‘녹색 빌딩’을 짓기 위해 필요한 건물일체형태양광발전시스템(BIPV)은 일반 발전시스템보다 3~5배 비싸다”고 했다.
G(지배구조) 측면에선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하도급 대금 지급보증 규제가 건설회사들의 이목을 끈다. 건설 프로젝트 대금 지급이 발주자가 하도급에 직접 돈을 주는 ‘직불’ 방식일 경우 원도급사가 지급보증 의무를 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도급 업체는 환영하지만 종합건설사는 비용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AI·드론 활용해 안전관리
건설사들은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다. 인공지능(AI)과 드론 등을 통한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외국인 근로자와 소통하기 위한 ‘통역 앱’ 운영에 들어간 게 대표적이다. 현대건설은 위험작업 최소화를 위해 원격제어 타워크레인을 도입했고, 삼성물산은 법정 기준의 두 배에 달하는 안전관리 예산을 집행했다. 탄소저감 시멘트, 모듈러 등 친환경 기술·공법 활용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건설사 고위관계자는 “아무리 예방조치를 해도 안전사고를 100% 막기 어렵고, 탄소감축 목표도 다소 도전적으로 잡은 측면이 있다”며 “공사비 상승,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경색 등 어려운 여건을 감안해 ESG 규제에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국내 건설공사비지수는 132.75로 5년 전(102.04)보다 30%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