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자회사인 KDB생명의 일곱 번째 매각 시도에 나선다. 재무 건전성이 취약한 KDB생명에 약 8000억~1조원을 증자해 경영을 정상화한 뒤 새 주인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이달 말 이사회를 열어 KDB생명 매각 안건을 논의하고, 다음달 공개 경쟁입찰에 나설 계획이다. 산은은 최근 금융당국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KDB생명 매각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은은 작년부터 한국투자금융지주, 교보생명, 태광그룹 등을 폭넓게 접촉해 왔다. 현재로서는 한투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산은은 한투와 실사 조건, 매각가 등을 놓고 물밑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그룹은 내부 검토 끝에 KDB생명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산은, '완전자본잠식' KDB생명에 대규모 증자…"先정상화, 後매각" 인수 후보 한투, 보험사 품어…'한국판 벅셔해서웨이' 야심
산업은행은 2010년 KDB생명을 인수한 뒤 그동안 여섯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모두 불발됐다. KDB생명의 취약한 재무 건전성과 과거 판매한 고금리 저축성보험 상품이 발목을 잡아서다. 산은이 일곱 번째 매각을 추진하기에 앞서 KDB생명의 건전성을 정상화하는 전략을 세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작년 12월 30일 KDB생명을 대상으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산은의 KDB생명 지분율은 97.65%에서 증자 후 99.66%로 상승했다. 산은은 올해에도 3000억~5000억원가량 추가 증자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의 총자산은 작년 9월 말 기준 17조3056억원으로 생명보험업계 14위 수준이다. 덩치는 작지 않지만, 건전성은 업계 ‘꼴찌’에 가깝다. 이 회사의 자기자본(자본총계)은 작년 9월 말 -101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보험업 경험이 없는 ‘낙하산 인사’들이 경영을 주도하며 경쟁력이 약화한 결과다. 회사가 단기 실적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상품을 판매해 오며 악순환을 거듭했다.
KDB생명은 매각에 앞서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새 리더십 체계를 갖췄다. 회사는 다음달 말 주주총회를 열어 ‘영업통’ 김병철 수석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 밖에 푸본현대생명, 삼성생명, iM라이프 등 외부 출신 인사를 임원으로 연달아 영입하며 영업력 강화를 위한 채비에 나섰다.
금융권에서는 KDB생명의 잠재 인수 후보로 한국투자금융지주, 교보생명 등이 거론된다. 한투는 일찍이 보험사 진출을 선언하고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매물을 두루 살펴보고 있다. 최근까지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롯데손해보험, 예별손해보험(옛 MG손보) 인수를 검토했다.
한투는 ‘보험사가 자금을 조달한 뒤 증권·자산운용사가 높은 운용수익을 내는 모델’을 그리고 있다. 이른바 ‘한국판 벅셔해서웨이’ 모델이다. 국내에선 메리츠, 미래에셋, 삼성 등 다른 비은행 금융그룹이 보험 계열사를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투가 KDB생명 인수전을 완주할 것인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추후 KDB생명 실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가 관건”이라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투입해야 할 자금이 예상보다 많으면 한투가 발을 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KDB생명 인수전 결과에 따라 롯데손보, 예별손보 등 매각을 추진 중인 다른 보험사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