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자산신탁, 1780억 유상증자
대토신, 1000억 영구채 발행
책임준공 위한 비용 부담 늘어
실적 부진에 휩싸인 부동산신탁사들이 잇달아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투자자에게 약속한 책임 준공을 이행하기 위한 비용 부담까지 불어나고 있음을 고려하면 부동산신탁사의 경영난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자금 조달 ‘총력전’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자산신탁은 지난달 말 주주인 교보생명을 상대로 신주 168만9719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했다. 이를 통해 1780억원을 조달했다. 교보생명은 2023년(1500억원)과 2024년(1000억원)에도 교보자산신탁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대한토지신탁도 최근 이사회를 열고 100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결정했다.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보증을 받아 1000억원어치 채권을 찍은 지 한 달여 만이다. 하나자산신탁(3000억원)과 한국투자부동산신탁(1600억원)은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인 단기 차입 한도를 대폭 늘렸다.
부동산신탁사들이 앞다퉈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다. 건설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증가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탓이다. 공사 지연·중단이 속출하고, 중소·중견 건설사 도산까지 잇따르는 상황이다.
시공사가 공사비를 감당하지 못하자 부동산신탁사가 곳간을 털어 사업비를 대는 악순환도 계속되고 있다. 국내 14개 부동산신탁사의 지난해 3분기 말 신탁계정대(회사 고유계정에서 빌려주는 자금)는 총 8조8355억원으로 2024년 말(7조7016억원)보다 1조원 넘게 증가했다. 부실 사업장에 투자하는 일이 많다 보니 지금의 회수 가능성이 낮아 대손비용으로 인식한 금액만 지난해 1~3분기 7230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1870억원의 순손실을 낸 이유다.
◇ 손해배상 소송전 휘말려
금융권에선 올해도 부동산신탁사들이 고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황이 살아나지 않은 데다 책임준공 약정의 후폭풍이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책임준공은 신용도가 낮은 건설회사를 대신해 신탁사가 대주단에 공사를 끝까지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신탁사들은 사업비의 2%를 받아 가는 고수익 구조에 주목해 경쟁적으로 이 사업을 확장해왔다.
하지만 호황기 때 남발한 이 약정이 업황 악화와 맞물려 신탁사 재무구조를 흔드는 요인이 됐다. 신한자산신탁은 지난해 이 약정을 두고 대주단과 벌인 소송에서 세 차례 연속 패소해 대출 원리금과 연체 이자까지 모두 물어줘야 할 판이다. 그동안 투자자가 이 신탁사에 청구한 손해배상액만 약 3000억원에 달한다.
이 판결 이후 신탁사를 상대로 한 투자자의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 하반기에 당한 소송만 5건이다. 이전까지 제기된 5건을 합치면 책임준공 문제로 총 1180억원의 손해배상액이 청구됐다. 신탁사가 먼저 나서 부동산 PF 원리금을 대신 대주단에 돌려주는 일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렇게 되면 신탁사 입장에선 건물을 완공시켜 적정 가격에 분양해야 재무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구조화평가본부 금융1실장은 “신규 수주 감소로 수익성이 악화한 가운데 책임준공 리스크까지 현실화했다”며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기까진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