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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민 칼럼] 세계 최대 '상동 텅스텐'의 슬픈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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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토류 이어 텅스텐도 무기화
    재조명되는 영월의 상동 광산
    그러나 알고보니 100% 加 기업

    구한말 美에 운산금광 넘긴 고종
    눈앞의 작은 이익만 쫓다가
    백년 자산 걷어찬 어리석음 반복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윤성민 칼럼] 세계 최대 '상동 텅스텐'의 슬픈 역사
    1980년대까지 중·고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지리 교과서에서 텅스텐(중석) 이야기를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석회석 정도를 빼면 자원 불모지인 우리에게 큰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 광물이다. 강원도 영월의 상동광산은 지금도 단일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텅스텐 광산이다. 추정 매장량이 5800만t으로 향후 수십 년에서 100년까지 채굴이 가능하고, 텅스텐 함유율(품위)도 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다고 한다.

    미국 CBS에서 이곳을 취재해 작년 말 방영했다. 텅스텐은 원소 중에서 녹는 점이 가장 높아 배선, 반도체, 배터리는 물론 각종 탄환 소재로 쓰이는 등 방위산업에 필수불가결한 광물이다. 이곳 대표는 캐나다 광산기업 알몬티 인더스트리스의 창업자, 루이스 블랙이다. 알몬티는 상동광산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블랙 CEO는 중국이 세계 텅스텐 공급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국방에 필수적인 텅스텐 공급의 일익을 담당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에서 미국 관리들과 안정적인 텅스텐 공급에 대한 계약도 맺었다고 했다. 알몬티는 올 1분기 상동에서 텅스텐 본격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리가 상동광산을 잊고 있는 사이 모든 게 바뀌었다. 묻힌 곳만 한국일 뿐 소유권 일체가 캐나다 회사로 넘어갔다. 그 회사는 미국 안보 공백을 메워주는 일을 최대 역할로 생각하고 있다. 국내에는 제련 기술이 없어 원광을 미국으로 가져가 가공해야 한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상동광산에서 중석이 발견된 것은 1916년, 빛을 보기 시작한 때는 6·25전쟁부터다. 1950년대 초 미국에 특수강 원료인 중석을 공급하는 한미중석협정과 함께 공기업 대한중석이 세워졌다. 과거 우리 경제에서 텅스텐과 대한중석의 위상은 실로 막대했다. 수출량의 56%까지 차지했고, 1964년 수출 1억달러 달성 시에도 절반가량이 텅스텐이었다. ‘중석불(重石弗)’이란 말이 회자할 정도로 국가적 ‘캐시 카우’였다. 한일청구권 자금을 바탕으로 설립한 포항제철의 출자금 25%도 대한중석에서 댔다.

    영화는 거기까지였다. 1980년대 들어 중국산의 파상 저가 공세에 밀려 적자 누적으로 1992년 개광 76년 만에 휴광해 1994년 결국 폐광됐다. 대한중석은 부동산개발회사인 거평에 넘어갔다가 외환위기 때 외국 기업에 분할 매각됐다. 대한중석 사업부 중 텅스텐을 원료로 하는 초경공구 부문은 이스라엘 회사에 이어 지금은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가 주인인 대구텍이 됐다. 상동광업소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세 개 캐나다 회사 간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하이닉스반도체가 SK에 인수되기 전 마이크론에 팔릴 위기에 처했을 때다. 국부 유출론으로 제동을 건 주역이 당시 채권단 대표 김경림 외환은행장이었다. 그러나 대한중석과 상동광산 매각 때는 김 행장 같은 인물이 없었다. 거평 인수 때는 공기업 민영화 1호, 외환위기 때는 해외 매각 1호가 대한중석이요 상동광산이었다. 당장은 어려워도 미래 가치를 보고 어떻게든 지켰어야 할 소중한 국가적 자산을, 애물단지 취급해 서둘러 처리하려고만 했으니 1호가 된 게다. 이런 ‘단견단려(短見短慮)’의 우는 우리 역사에서 반복돼 왔다.

    ‘노다지’는 구한말 평북 운산금광에서 미국인들이 ‘노 터치’라고 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고종이 처조카 민영익이 갑신정변에서 칼 33방으로 난자당했을 때 밤새 수술로 살려준 미국 의사 알렌에 대한 후사로 미국 측에 채굴권을 넘겨줬다. 왕실 수익금으로 1만2500달러를 받고 40년 권리를 양도, 미국 측이 가져간 순익만 1500만달러였다. 더 거슬러 올라가 연산군 때 민간에서 획기적 은제련술 ‘회취법’을 개발했으나, 후세 왕들이 중국 눈치를 보는 한편 농업에 방해가 될 것을 우려해 사장했다. 그 기술은 일본으로 넘어가 총포 획득의 재원이 되고 임진왜란으로 이어졌다.

    자원과 관련한 근시안적 폐해는 현재진행형이다. 전 정권이 밉다고 자원개발 자체를 적폐로 몰아 관련 기관까지 없애 버렸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는 희토류에 이어 텅스텐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물량 통제로 가격이 폭등했고 공급망 차질 조짐까지 일고 있다. 우리가 제 발로 걷어찬 ‘슬픈 자원’ 텅스텐을 지금이라도 가장 이롭게 활용할 방법이 무엇인지 집단지성을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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