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개발이 멈췄던 서울 송파구 풍납동 일대에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국가유산청 심의를 거쳐 높이 제한을 완화하는 등 사업성을 확보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250%에 육박하는 용적률로 재건축에 난항을 겪던 노후 아파트는 인센티브 확보 후 최고 40층 규모로 사업을 추진한다. 단지마다 규제 적용 여부가 다를 수 있고, 착공 후에도 문화재 출토에 따른 사업 지연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극동, 재건축 기대로 8개월 새 4억원 쑥
2일 서울시와 송파구에 따르면 풍납동 극동아파트는 오는 5일까지 ‘재건축 정비사업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주민공람을 시행한다. 서울시 정비사업 공공지원계획인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이 단지는 이번 3차 자문 내용을 반영해 이르면 올 3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1987년 준공된 이 단지는 기존 최고 15층, 4개 동, 415가구를 헐고 새로 지하 4층~지상 최고 40층, 7개 동, 598가구(전용면적 39~84㎡)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2021년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지만, 용적률이 248%로 높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시가 2024년 9월 ‘현황용적률 인정 제도’를 시행하면서 재건축에 물꼬가 트였다. 정비사업 이전 용적률이 ‘허용용적률’(제3종 일반주거지역 230%)보다 높을 경우 기부채납(공공기여) 등 의무를 일부 면제하는 제도다. 일부를 공공분양(뉴홈)으로 공급하는 조건으로 ‘법적상한 추가용적률’ 40%포인트를 추가 확보했다. 반경 500m 내 지하철 8호선 강동구청역이 있어 ‘역세권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재건축 기대로 가격도 오르고 있다. 전용 79㎡는 작년 11월 3일 14억5000만원(9층)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3월(10억5500만원, 14층)과 비교해 4억원가량 올랐다. 호가는 16억5000만~18억원에 달했다. 추정비례율(개발이익률: 정비사업 후 자산가치를 종전 자산가치로 나눈 비율)이 96.16%로 비교적 높은 데다 맞은편 잠실올림픽공원아이파크(전용 75㎡ 최고가 24억8500만원)에 비해 저렴하다.
◇풍납토성 주변 고층 개발 가능
높이 규제로 골머리를 앓던 풍납토성 일대에서도 정비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곳은 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5개 권역으로 나뉘어 관리되고 있다. 이 중 4·5권역은 아파트 건축이 가능한 대신 문화유산 경계 7.5m 높이에서 27도로 그은 가상의 선(앙각 규제)보다 높게 지을 수 없다. 삼각형 아파트로 불리는 ‘씨티극동’이 대표적 사례다.
4권역에 해당하는 ‘풍납미성’(275가구)은 문화유산 시굴 조사를 조건으로 최고 23층 규모의 정비사업을 추진한다. 풍납동에서 문화재 심의로 앙각 규제를 완화한 첫 번째 재건축 단지다. 최고 층수와 용적률을 높여 413가구 아파트로 변모할 예정이다.
지하철 5·8호선 천호역 인근(5권역)에서는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인 모아타운이 진행되고 있다. 2024년 3월 관리계획 승인 당시 앙각 규제를 적용받았다. 작년 3월 서울시의회에서 ‘풍납토성 인근 지역주민 지원 및 이주대책 마련에 관한 특별조례 개정안’ 통과로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인근 단지도 규제가 완화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문화유산 인근 고층 개발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어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국가유산청이 종로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 제동을 거는 등 문화재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착공 후 문화재가 나올 경우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