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느라 쓸 돈 없다…집값 폭등이 억누른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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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상환·자녀 사교육비까지 '고비용 사회'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 48.5%로 내리막
구조적 개선책 없이 경기 부양만으론 한계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 48.5%로 내리막
구조적 개선책 없이 경기 부양만으론 한계
세계은행 국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계의 최종 소비 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48.5%였다. 미국(68.4%), 영국(60.4%), 일본(55.5%), 캐나다(54.4%), 프랑스(53.3%)보다 낮고 호주(51.4%), 독일(49.5%), 스웨덴(44.2%) 등과 비슷했다. 중국(39.9%), 싱가포르(31.5%) 등보다는 높았다.
지출은 곧 수요다. 생산한 만큼 수요가 받쳐주지 않으면 경제는 수렁(GDP 감소)에 빠진다. 지금 이를 막아주고 있는 다른 수요는 국내 투자와 수출이다. 지난해 한국의 총자본 형성은 GDP의 30.0%, 경상수지는 5.3%였다. 국내 투자는 이미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중국(40.6%)과 인도(32.9%) 정도다.
자녀 양육 비용, 주거 비용 등이 높을 때도 소비 감소가 나타난다. 주택금융연구원의 주택구입물량지수(K-HOI)를 보면 서울은 지난해 6.5였다. 서울의 중위소득 가구가 자기자본과 대출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주택이 서울 전체 주택의 6.5%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2014년 26.4%에서 대폭 하락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은 지난 3분기 기준 10.6배였다. KB국민은행에서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은 가구의 평균 연 소득이 8689만원인데, 평균 주택 가격은 10.6배인 9억2500만원이라는 의미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보고서 ‘부동산발 가계부채 누증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부동산 관련 대출을 민간 소비 부진의 원인으로 꼽는다.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이 소비를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집값이 오르면 자산 증가 효과로 자가 소유자의 소비가 늘어날 여지가 있으나, 한국에선 그 크기가 작았다. 주택을 유동화할 금융 상품이 부족하고, 상위 주택 매수나 자녀의 미래 주거비를 생각해 소비를 잘 늘리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 부양에 일시적으로 소비가 살아날 수는 있지만, 구조적인 요인으로 민간 소비 부진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이나 상가 공실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더 큰 시장을 찾아 해외로 떠나는 기업도 늘어날 수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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