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반도체 공장 '주52시간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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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반도체산업 육성 전략
비수도권만 특화단지 지정
전력·용수공급 등 지원 우대
금산분리 규제도 완화 계획
비수도권만 특화단지 지정
전력·용수공급 등 지원 우대
금산분리 규제도 완화 계획
정부는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인공지능(AI)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를 열고 국내 반도체산업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보고회에서 “죽기 아니면 살기 상황이 됐다”며 반도체산업에 과감한 지원 의지를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약 100분간 이어진 보고회를 주재하며 참석한 관계부처 장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등과 토론했다.
정부는 세계 최고 메모리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등 시스템반도체 역량 강화에 집중해 ‘글로벌 반도체 2강’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같은 전략은 비수도권 중심으로 추진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비수도권 클러스터 내 연구직 노동시간 규제를 완화해 유연화하겠다”고 했다. 신규 투자 지원도 원칙적으로 비수도권 기업을 대상으로 하겠다고 했다. 기업이 수도권이 아니라 광주, 부산, 구미 등 남부권역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소유 규제 등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기업이 대규모 자금을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만 이 같은 조치도 기업의 지방 투자와 연계해 마련한다.
반도체 2강·지역 발전 다 잡겠다는 정부…기업은 "현실성 떨어져"
구미·광주·부산 '남부권 혁신벨트'
삼성전자가 충남 천안에 사업장을 둔 최첨단패키징 부문 신입·경력사원 채용 때 맨 앞에 내세우는 문구다. 경기에 있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구직 ‘남방 한계선’으로 삼는 서울 명문대생들에게 ‘천안도 멀지 않다’는 걸 어필하기 위해서다. SK하이닉스가 명문대 석박사급 연구개발(R&D)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분당 사무소를 앞세우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서울에서 근무지가 얼마나 떨어져있는지에 따라 채용 인력의 질도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 규제 완화의 전제 조건은 ‘지방 투자’
정부가 10일 내놓은 ‘AI 시대, 반도체산업 전략’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 구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영인·전문가들의 발언에 답을 할 때마다 ‘수도권 집중 문제’를 거론하며 반도체 기업의 지방 투자를 여러차례 독려했다.이 대통령은 이날 기업들이 호소해온 투자금 조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역이었던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완화도 언급했다. 하지만 요건을 붙였다. ‘지방 투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금산분리 완화는) 수도권 투자에 상응하는 규모의 지방 투자를 할 때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금산분리를 통해 경기 용인 클러스터 구축에 드는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려면, 지방에도 공장이나 연구소를 지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반도체 연구직에 대한 주52시간 규제도 풀어주되 대상을 ‘지방 반도체 클러스터 근무자’로 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엔비디아, TSMC 등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밤낮없이 연구해도 모자란다”는 업계의 요청을 일부 받아들이되 지방 투자란 단서를 단 것이다.
정부는 광주(첨단 패키징), 부산(전력반도체), 구미(소재·부품) 등 반도체 산업의 지방 분산 전략도 공식화했다. 앞으로 신규 반도체 특화단지는 원칙적으로 비수도권에 구축하고, 지방 투자기업에는 보조금 비율 상향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남하(南下)’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 지방 인력 채용 ‘하늘의 별 따기’
반도체업계는 정부의 육성 전략에 대해 일단 환영 메시지를 내놨다.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전력·용수 지원, 차세대 AI 메모리반도체 투자 확대, 반도체 전문 인력 확보 등 업계 요구사항을 여럿 들어줬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대통령과 각 부처 장·차관들이 지원 대가로 기업에 지방 투자를 압박하는 발언을 한데 대해선 ‘부담스럽다’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지방에서 근무할 고급 인력을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란 현실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최남단은 충남 천안·아산의 패키징 공장이고, SK하이닉스는 첨단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기지(M15X)가 들어선 충북 청주다. 하지만 대다수 R&D 인력들은 서울에서 멀다는 이유로 이들 지역 근무를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미국, 일본, 중국이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 대해 ‘무조건적’이고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것과 비교해 정부는 ‘지방 투자’라는 대가를 바라는 것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한재영/김리안/황정수/김대훈/김형규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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