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도 못 버티고 줄줄이 망해 나간다"…신촌의 몰락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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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표 대학가 신촌 상권, 공실에 신음
낮아진 위상에 아파트 이름도 "신촌 떼자"
상권 쇠락에도 높은 임대료…갈등 요소로
낮아진 위상에 아파트 이름도 "신촌 떼자"
상권 쇠락에도 높은 임대료…갈등 요소로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신촌·이대 중대형 상가 올 2분기 공실률은 11.3%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서울 평균 공실률 8.7%를 훌쩍 뛰어넘었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과 집합상가 공실률도 각각 8.5%, 11.5%에 달해 서울 평균(5.1%, 9.3%)보다 높았다.
신촌 대학가 상권 곳곳에서는 '임대문의' 안내가 붙은 공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중심 상권인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앞 신촌로 일대 건물들도 1층 곳곳이 비어 있는 상태였고, 그나마 빈 자리를 채운 상점들도 '폐업정리’, ‘창고대방출’ 등 현수막을 걸고 영업하는 '깔세'(단기월세 선납)가 적지 않았다.
신촌로에서 수년째 음식점을 운영 중이라는 박모씨는 "신촌이 유동인구가 많아 장사도 잘될 것이라고들 생각하는데, 정작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이 많진 않다"며 "대학생과 관광객 모두 크게 줄어든 탓에 코로나 이전 수준의 매출이 나오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20대 수요를 노리고 들어온 카페나 디저트 가게는 1년도 채 못 버티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신촌의 A 공인중개 관계자는 "예전에는 현대백화점 뒤쪽 상가는 2억원 넘는 권리금을 받는 경우가 흔했다"며 "최근 들어서는 권리금 없이 떠나는 상인들이 적지 않다. 신촌에서 억대 권리금은 옛말이 됐다"고 푸념했다. B 공인중개 관계자도 "2~3년째 공실로 방치되는 상가 매물이 많다"며 "지역 상권이 워낙 침체하다 보니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도 최근 수년간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상권 침체가 장기화하며 지역 위상도 낮아졌다. 명칭에 '신촌'을 붙였던 아파트 단지들이 하나둘 이름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마포구 대흥동 '신촌그랑자이'는 상권 쇠퇴로 인한 선호도 하락을 우려해 2년 전 '마포그랑자이'로 간판을 바꿨다. 인근 '신촌숲아이파크'도 단지 이름에서 '신촌'을 떼는 명칭 변경을 추진 중이다.
신촌 상권 침체의 주된 원인은 대학생 수요 이탈로 꼽힌다. 2010년부터 연세대 신입생이 송도국제캠퍼스로 의무적으로 통학하면서 유동인구가 상당수 빠져나갔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대학생 소비 패턴도 배달과 온라인 쇼핑 중심으로 옮겨갔다. 여기에 더해 홍대와 성수동 등 다른 상권에 밀리면서 외국인 관광객마저 발길을 돌렸다.
B 공인중개 관계자는 "메인거리에 80평 넘는 대형 점포 임대료는 보증금 7억원대에 월세 3000만~4000만원선"이라며 "공실이 이어져도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내리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사가 어려워도 임대료를 낮추지 않으니 (건물주에 대한) 상인들의 반감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상인들은 임대료가 대폭 낮아지길 바라지만, 건물주들도 이에 응하긴 어려운 처지다. A 공인중개 관계자는 "임대료를 낮추면 건물 가치도 낮아지기에 은행에서 당장 대출금을 상환하라는 연락을 받게 된다"며 "더군다나 임대료를 한 번 내리면 10년간 인상이 불가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만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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